카타르, 이스라엘 무역대표부 폐쇄

중앙일보

입력

카타르는 9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력에 굴복하여 수도 도하에 주재하는 이스라엘 무역대표부의 폐쇄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아랍권 전체가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는 가운데 불참 의사를 내비쳤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2-14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9차 이슬람회의기구(OIC) 정상회담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카타르 정부 대변인은 이슬람권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OI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도하 주재 이스라엘 무역대표부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과 관계를 단절할 지 여부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마드 벤 자셈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하메드 빈 할리파 알 타니 국왕의 지시로 이번 조치를 내렸으며 외부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OIC 정상회의에 불참하겠다며 위협하며 이스라엘과 관계를 단절하라고 압박해온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오만이 최근 이틀 동안 카타르와 이란 및 사우디아라비아 양진영을 오가며 막후 중재를 벌여 이 결정이 내려졌다고 오만 관리들이 말했다. 오만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에 유혈충돌이 발발한 후 이스라엘 무역대표부를 폐쇄한 바 있다.

모로코와 튀니지 등도 최근 이스라엘 무역대표부를 폐쇄하는 등 이스라엘 고립화에 동참해왔다.

한편 카타르의 이스라엘 무역대표부 폐쇄 발표 직후 이란은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12일부터 도하에서 열리는 OIC 정상회담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타르의 이번 조치가 영구적이며 OIC 정상회담 이후에도 뒤바뀌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였다.

OIC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회원국 외무장관은 정상회담에서 채택할 선언문 초안을 마련했다. AFP통신은 초안에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수립한 국가들에 대해 관계단절과 모든 형태의 관계정상화 작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이스라엘의 외무부는 카타르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않았다면서 논평을 거부했으며 미국측은 이스라엘과의 대화를 통한 분쟁종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타르는 지난 1996년 이스라엘과 무역관계를 수립했으나 이스라엘에서 강경파인 벤야민 네타냐후가 총리로 선출된 이후 관계정상화 과정이 중단된 상태다. (도하 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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