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가격 거품있다" 농심 대리점들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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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대리점들이 본사에 대항하는 단체를 만들기로 했다. “대형마트에 판촉물량을 몰아줘 유통질서가 무너졌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대. [강정현 기자]

농심 라면 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이 농심 대리점들에 의해 제기됐다. 서울·경기도 지역 농심 대리점주 50여 명이 모인 ‘농심특약점 전국협의회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는 25일 “농심이 라면 값을 부풀려 매기고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에만 싸게 공급해 특약점이 말라 죽고 있다”며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리점주는 농심 제품을 본사로부터 공급받아 동네 수퍼 같은 소매점에 납품하는 개인사업자들이다.

 김진택(49) 준비위원장은 “대리점들은 신라면을 농심에서 들여온 값보다 싸게 수퍼에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농심이 이중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대형마트만 배불리고 있다”며 자신이 운영하는 대리점의 농심과의 거래, 동네 수퍼와의 거래장부를 펼쳐 보였다. 장부에 따르면 그는 농심에서 신라면을 40개 들이 박스당 2만3012원에 들여와 수퍼에는 2만2200원에 팔고 있었다. 한 박스 팔 때마다 800원이 손해다. 다른 제품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안성탕면은 박스당 2만460원에 들여와 2만500원에 수퍼에 넘긴다. 라면 한 개당 1원이 남는 꼴이다. 인건비나 대리점 운영비를 감안하면 역시 팔수록 손해다.

 이에 농심 측은 “라면을 대형마트와 SSM·대리점·편의점에 같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준비위원회의 주장은 달랐다. 농심이 대형마트와 SSM에는 라면 5박스당 한 박스, 많게는 3박스당 한 박스를 공짜로 주는 ‘판촉물량’을 몰아주는 식으로 실제로는 20% 이상의 가격 할인을 해 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리점주 A씨는 “농심은 대형마트에 ‘+1’식의 판촉 할인을 해 주고, 대신 마트는 정상적으로 팔 수 있는 것 이상의 물량을 떠안는 식”이라며 “꼬꼬면이나 나가사끼짬뽕 같은 경쟁사 제품이 치고 올라올 때 신라면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형마트에 이런 지원을 한다는 것은 결국 라면 값에 거품이 있는 것 아니냐”며 “휴대전화 시장처럼 거품 낀 가격을 설정해 놓고 마치 할인해 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우롱한다”고 주장했다. 유통구조가 왜곡돼 ‘제값 주고 사는 사람만 바보’라는 얘기다.

 그는 농심에서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매출 목표의 80%를 채워야 매출액의 4.2%가 판매장려금으로 나오고, 역마진 거래로 본 손해를 이 돈으로 메꾼다. 하지만 정상적인 거래로는 목표의 70% 채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리점에서 소화 못한 물량은 다시 헐값에 ‘땡처리 시장’으로 넘긴다고 했다.

 그러나 농심 관계자는 “매출 목표는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않으며, 점주와 상의해 과도하지 않게 정한다”고 반박했다. 또 “대형마트에 판촉물량을 주는 것은 소비자들이 대량구매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지 특혜 차원이 아니다. 이러한 행사는 대리점과도 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도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리점들의 수익구조 악화에 대해서는 “SSM이 늘어나는 만큼 대리점의 유통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판촉물량 지원에 대해 대리점주들은 “소비자에게 잘 안 팔리는 비인기 제품만 생색내기로 줄 뿐”이라고 항변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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