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바로 보자, 긴급제언] 지도층부터 정신차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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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불안이 깊어가고있다.무엇보다도 경제상태의 거울이라고 하는 증권시장이 극도로 침체되어 있다.불과 1년 사이에 종합주가지수가 40%이상 하락했고,정부당국과 많은 국민들이 상승기대에 부풀어왔던 코스닥 지수도 무려 70%나 추락했다.

3년에 걸친 개혁,1백조원 이상의 공적자금,5백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주식투자 유치,2년여에 걸친 3백억 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안겨다 준 반도체 호황과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져 있던 저유가 혜택에도 불과하고 닥친 경제위기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참담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뒤늦게나마 오랫동안 망설여오던 구조조정이 드디어 시작되려고 한다.대우그룹처리에 이어 동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30여 대기업들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는듯 하다.그 속에는 현대건설의 귀추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있다.

일부 시중은행과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도 긴박하게 돌아갈 전망이다.구조조정을 통한 이번 개혁만은 반드시 성공해야할 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임에 분명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를 연말까지 2개월내에 마무리 했으면 하는 바램들이 곳곳에서 나오고있다는 점이다.

이번 개혁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미국에서 10년 걸린 일을,일본에서는 12년째 하면서도 못이룬 개혁과 구조조정을 우리가 몇개월,기껏해야 1-2년내에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 또는 낙관론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일본식 개혁은 과거의 성공했던 모델과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부채비율을 축소하거나 부채상황을 면제 시켜 주어서 부실한 기업의 수명을 연장해 놓고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잘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었다.

이따금 기업들을 외국에 매각하거나,합병하여 문제를 떠넘기고 시간을 버는 방법이었다.호미로 막을것을 가래로 막게되는 방법이었다.

미국의 개혁은 달랐다.혁명적이었다.한때는 성공했지만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실패한 모델과 시스템을 과감히 파괴해 버리고 새로운 모델과 시스템을 창조하는 혁명적인 방식을 채택하였다.

과감한 과거청산,경영혁명은 일시적 다량실업과 고통을 사회 모두에게안겨주었지만,동시에 최근 10년동안 최고의 호황과 최저의 실업률을 미국국민에게 가져다주고 있는것이다.

우리의 경제위기의 실체도 알고보면 생산성의 격차,경쟁력의 격차,이익률의 격차에 원인이 있다.또 그 근저에는 사회의 부패,낭비,독선,오만이 자리잡고 있다.이러한 것들은 문화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결코 1-2년안에 완전히 바뀌어질 것들이 아니다.아무리 사재출현을 하고 출자전환을 해서 부채비율을 줄이고 법정관리를 넘겨 부채상환을 연장해주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할 수가 없다.

성공하는 개혁과 구조조정은 먼저 미래지향적이고 과거와 단절하는 것이어야 한다.창조를 위한 파괴를 허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재벌개혁,경영혁신,금융개혁,정부개혁,사회·노동개혁 등 모두가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최소 5년동안은 가야하는 대장정이다.중간에 반짝하더라도 현혹되지 않는 집요함이 있어야 한다.

개혁은 또한 남이 하는 것이 아니다.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을 개혁하는 것이다.특히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도자들이 과거의 성공모델과 시스템과 지식에 대한 미련과 환상을 과감히 버리고 자기부정을 통해 기득권과 오만을 버리고 겸허해질 때 기업을 살리고,나라를 살릴 새 길이 보일 수 있다.

그 길은 다 함께 스스로를 개혁하여 지식경영과 자율,책임경영을 통해 생산성을 2배로 올리고,실업률을 반으로 줄이는 21세기 경영방식을 전 부문에 하루바삐 도입하는 것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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