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간부 행세 880억 사기친 4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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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직 현대차 직원이 간부 행세를 하며 880여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15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는 현대차를 싸게 공급하는 특판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제의해 투자자 100여 명으로부터 거액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로 정모(44)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5년여 동안 현대차 화성 마북연구소 내 빈 사무실과 서울 본사 로비에서 투자자들을 만나 자신이 자동차 특판권을 보유하고 있어 여기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20~30%를 배당해주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정씨는 이런 식으로 투자자 한 명에게 1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돈을 받았다.

 그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마북연구소 영업기술 부서 등에서 근무했으며 2009년 연구소에서 물의를 빚어 해임됐다. 정씨는 투자자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해임 이후에도 마북연구소와 서울 본사에 현대차 복장을 하고 나타나 목에 사원증을 걸고 다니며 투자자들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투자금을 받아 돌려막기식으로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기 행각이 드러나지 않도록 투자계약을 맺을 때 비밀보장 각서를 받고 정몽구 회장 명의로 위조한 감사 편지 등을 건네기도 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투자금 880억원 중 상당수는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나머지 돈은 주식에 60억원 투자했으며, 부동산 구입에 20억원, 생활비·채무변제 등에 20억원 등 100억여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가 2009년 현대차를 퇴직한 후에도 화성 연구소와 서울 본사를 드나들며 피해자들을 만나 이들을 안심시키고 범행한 점으로 미뤄 내부 공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역할 분담자 등 공범 10여 명을 쫓고 있다.

용인=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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