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산 들여 진로교육 팔 걷은 경기도 시흥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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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성검사를 앞두고 진로설정 강연을 듣고 있는 은행고 학생들(좌)과 적성검사 모습(우).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각급 학교환경 개선이나 교육서비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학교 예산 외에 별도의 비용이 필요한 체험활동이나 진로적성평가 등 교육지원 프로그램이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현재 시 예산을 들여 지역 내 고교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진로적성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시흥시를 찾았다.

“꿈이 없으면 남의 꿈을 위해 일해야 한다. 아무것도 겨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명중시킬 수 없다.”

지난 9일 오전, 경기 시흥시 은행고 강당에 꽉들어찬 학생들이 앞쪽 화면에 뜬 글을 읽고 있다. 적성검사에 앞서 열린 진로설정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500여명의 1학년 학생들이다. 강연자로 나선 안상열 진로교육 전문강사는 “요즘 식상한 느낌마저 있지만 막상 교육현장에선 비전설정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열심히 무언가를 하기 전에 무엇을 위해 열심히 임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킨다는 의미에서 적성검사를 비롯한 진로교육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40분간의 강연이 끝난 후 학생들은 각자 교실로 이동해 적성검사를 시작했다. 수리영역과 언어사회영역으로 나뉜 적성검사를 끝낸 학생들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장현규군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며 “평소에는 수학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는데 그와 반대로 언어영역이 쉬웠다”고 털어 놨다. 적성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올 것 같아 기대된다는 반응이었다.

국어교사가 꿈이라는 김의연양도 “수학에 적성 일치도가 더 높게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은 그동안 꿈을 위해 글짓기 대회에도 꾸준히 나가고 논술학원에도 다녔다. 하지만 이번 적성검사 결과에 따라 꿈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김양은 “최근에 수학 시험점수가 더 잘나오는 이유가 있었다”며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어차피 가르치는 일을 좋아해 수학 교사로 꿈을 바꿔도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장군은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성검사가 많이 도움되겠다”며 “고정관념을 깨고 내 꿈에 한발짝 다가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 학교 유경자 교장은 “맞춤형 진로·진학지도를 위해선 양질의 적성검사 결과가 필수”라며 “학교 예산이 부족해 발만 동동 굴렀는데 이번에 지자체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있는 무료 검사로는 심층 상담이 불가능하다는 게 유 교장의 지론이다.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검사를 요식행위로 대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 교장은 “진단검사 뿐 아니라 결과를 읽는 법부터 학부모들의 지도 요령 등을 세부적으로 가르쳐야 하지만 학교예산으론 전문가 강연 한 번도 빠듯하다”며 “앞으로도 지자체와 협의해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수시 대비 프로그램 등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흥시는 4월까지 지역 내 15개 고교 55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성검사와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올 1년 동안 서울대 학습 멘토링, 창의인재 캠퍼스, 차세대 외교관 양성 프로젝트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총 246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시흥시 전체 예산의 7%를 차지할 만큼 큰 규모다.

시흥시 교육청소년과 김정석 과장은 “시흥시의 좋은 인재들이 인근 지역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차별화된 교육 정책 기획과 지원으로 오히려 유입효과도 기대된다”며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은 인근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혁 교육연구위원 mytfact@joongang.co.kr 사진="중앙일보" 교육법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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