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난 극복위해 위기의식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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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정부와 국민들이 현상황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 적극 대처해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31일 내놓은 2001년도 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 '아시아 경제-경제와 투자전략'에서 한국 경제에 언급, "한국은 위기의식이 있을 때만 성장이 가능하다"고 정부와 국민들의 위기의식 부재를 질타한 뒤 "이렇게 되면 투자가들은 한국 경제가 처한 경기후퇴 현상을 투자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2001년과 2002년의 한국 경제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 및 내수 부진, 반도체 경기약세 등으로 각각 4%와 3.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5.4%)와 산업은행(KDB: 5.9%) 등 국내 기관들의 성장 예측치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수출구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기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대응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아울러 아시아 경제 전체로 보더라도 미 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전세계 증시 약화는 물론 아시아 경제권의 자본유출까지 초래하기 시작했으며 고유가에 따른 국제수지 압박과 채무상환 능력 여부 문제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공적자금 투입이나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하는 금융기관 구조조정 비용으로 인한 경기대응적 재정정책 수행의 한계와 해외 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국내 단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금융정책 수행의 한계 등에 노정된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수립 및 집행시 어떻게 유연성을 유지시키느냐가 경제난 극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면과제인 기업 및 금융 부분의 구조조정을 실기(失機)하지 않고 여하히 추진하느냐 하는 문제가 난관 극복은 물론 어려움으로부터의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관건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홍콩의 한 금융소식통은 HSBC의 '위기의식 부재' 지적과 관련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직접투자(FDI)로 본 구조조정 지수가 중국, 싱가포르와 함께 상위 개혁 추진국에 들어 있지만 위기극복 과정에 지나치게 만족한(complacent) 나머지 당면 문제에 대한 인식 및 해결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 23일 홍콩에서 한국경제 로드쇼에 참석한 한 투자가는 "한국의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의 개혁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한국에 대한 신규투자는 물론 기존 투자의 상당분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둔 중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홍콩=연합뉴스) 홍덕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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