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박경완 · 홍성흔 '안방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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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 승부를 투수전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방망이는 들쭉날쭉하기 일쑤여서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인 투수력이 단기전 승부의 향방을 가름짓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투수는 포수하기 나름이다. 포수가 얼마나 편안하고 절묘한 리드를 해주냐에 따라 투수가 능력의 1백% 이상을 발휘할 수도 있고, 그 이하로 부진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박경완(현대)과 홍성흔(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안방마님' 자리를 놓고 벌일 자존심 싸움은 현대와 두산의 올해 농사로 직결된다.

지난해 규정 타석에 미달한 김동수에게 골든 글러브를 넘겨주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박경완은 올해 홈런 40개를 때려내며 생애 첫 홈런왕에 등극했을 뿐 아니라 절정에 오른 투수 리드까지 선보이며 18승 투수를 3명씩이나 배출해냈다.

현대가 팀 방어율 1위(3.68)에 오르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 동안 4실점에 그친 것도 박의 노련한 투수 리드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박경완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은 올해를 자신의 최고의 해로 만들기 위한 화룡정점과도 같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다.

지난해 신인왕에 빛나는 홍성흔은 '패기' 를 앞세운다. 시원한 용모로 '오빠부대' 를 몰고다니는 홍은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여섯경기 내내 안방을 도맡아 두산의 역전 드라마에 한몫했다.

3 - 4로 뒤진 마지막 6차전 7회말 LG 허문회의 중견수 플라이 때 홈으로 뛰어드는 3루 주자 김재현을 홈에서 가로막는 악착같은 근성이 홍의 패기를 설명해준다.

타격에서도 홍은 0.261의 타율이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한방씩을 터뜨리며 두산의 하위 타선을 주도했다.

삼성으로 이적한 김동수의 부침 이후 박경완은 홍성흔과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로 나란히 선발돼 새로운 라이벌 관계로 부상 중이다.

'노련미' 의 박경완과 '패기' 의 홍성흔이 펼칠 '포수 왕중왕전' 은 한국시리즈 최대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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