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B "젖먹이와 나온 촛불 시위 충격, 지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1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과의 토론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 국정과제 추진계획을 밝혔다. 오른쪽부터 박보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이 대통령, 송희영 부회장. [김경빈 기자]

꽃샘바람이 매서운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으로 나들이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 회장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가 마련한 ‘대통령과 편집·보도국장 100분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이 기자와의 공식 만남을 위해 청와대 바깥으로 움직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오랜만의 바깥 공기를 즐기는 듯했다. 100분 토론에 이어 편협 측이 점심으로 제공한 설렁탕을 맛있게 비우고 자리를 떴다.

 점심 때는 목소리가 화제였다. 이 대통령은 “내가 성대가 안 좋다. 그래서인지 개그맨에게 물었더니 김대중이나 노무현 대통령은 흉내내기 쉬운데 내 목소리는 모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내가 얘기 말미에 ‘~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붙이는데 개그맨들이 그건 잘 흉내 내더라”며 웃었다.

 이 대통령은 생각이 많은 정치인이다. 그 때문에 인사나 중요 정책 결정에서 꾸물거리고 타이밍을 놓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이날 대통령은 민감한 정치적 질문에 직설적으로 대답하는 편이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작고한 노무현 대통령 예를 들며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대통령의 비극성을 지적한 바 있다. 지금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이 불투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른바 반(反)MB정서가 많고 전국적인 야권연대가 완성되면서 그런 전망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위치에서 정권 재창출에 대해 말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반MB정서니 야권통합 같은 건 다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정치공학적으론 계산상 그렇게 된다고 하지만 국민의 의식은 정치공학을 뛰어 넘는 변화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2007년 선거를 할 때도 언론인이나 정치학자들은 30만~50만 표 차의 전쟁이라고 나에게 강조했다. 그렇지만 상당한 예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선거 중립 등의 이유로 선거 시기에 집권당에서 탈당했다.

 “앞선 대통령들은 여당과의 관계에서 총재·명예총재직 같은 걸 가졌다. 나는 평당원이다. 대통령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나의 탈당 문제를 과거에 대입하는 건 안 맞다. 내가 탈당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공정한 선거를 한다고 믿고, 탈당하지 않는다 해서 공정하지 않은 선거를 한다고 국민들이 믿을 것 같은가.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공정한 선거관리를 할 것 이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탈당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과 ‘박근혜 한계론’이 나오고 있는데 개인적인 소회는.

 “하하. 박근혜 대세론은 들어봤는데 한계론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한계론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겠나. 국민이 선택할 일이고 당인으로서 얘기하자면 당연히 대세론, 긍정적인 측면에서 얘기할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 입장에선 언급하기 난하다(어렵다는 뜻). 박근혜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아주 유능한 정치인 중 한 사람인 건 국민들이 다 안다. 더 언급하면 선거법상 도움이 안 된다. 유망한 정치인이고 그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

 -임기 초 광우병 촛불 시위 때 대통령께서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노래를 들었다’는 말씀을 한 게 오히려 임기 말 리더십에 상처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 한두 살도 안 된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나온 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임기 초라 경찰도 강력하게 맞대응하던 상황이었다. 저러다 저 아이가 다치면 어떻게 할까, 큰 걱정이었다. 그래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희생자가 없었던 게 큰 다행이었다. 잘못된 선동은 밝혀질 것이다.”

 100분 토론엔 중앙일보·조선일보·동아일보·한겨레신문·KBS·MBC·SBS와 JTBC 등 종합편성 4개 방송, 지방언론사까지 편집국장·보도국장 46명이 참석했다.

▶3월 12일 대통령과 편집·보도국장 토론 전문

편집인협회 100분 토론 참석 … 청와대 외부서 기자들과 첫 공식 만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