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해킹피해 얼마나 심각한가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일부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가 해커들에 노출됐을 경우 MS가 입을 피해는 그 어느 경우보다 클 것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BBC는 윈도와 각종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램 설계도격인 소스 코드들이 가장 가치있는 지적재산권이라는 관점에서 업계 등의 집요한 공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MS에 의해 철저히 보안이 유지돼왔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소스 코드가 경쟁업체의 손에 들어갔을 경우 이들이 컴퓨터 해킹과 바이러스 감염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으로 MS의 존재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MS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소스 코드가 노출됐을 경우 현재 MS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지난 6월 MS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윈도 제품을 통합할 것이라는 미래 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때 이용될 윈도의 미래지향성 기능의 일부는 이미 옛 소프트웨어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소스 코드를 입수한다면 MS의 미래 사업의 일부를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MS측은 해커가 소스 코드에 접근하지는 못했으며 다만 수년 후 출시를 목적으로 개발중인 제품 한개의 코드에만 접근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소스 코드가 노출됐을 것이라는 의혹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 해킹에 대해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훔쳐 공개를 위협하는 ''데이터 인질극''의 한 유형이나 MS 소스 코드를 이용해 자신들의 제품을 MS 제품과 호환되거나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경쟁 업체들의 행위라는 분석도 일부 나오고 있다.

그러나 BBC는 컴퓨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해킹의 가장 큰 이유는 MS의 ''소스 코드 비공개'' 정책에 항의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해킹으로 MS를 곤란에 빠뜨리고 소스 코드를 인질삼아 정책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스 코드 공개를 주장하는 이들은 엄청난 수의 프로그래머들이 버그 수정과 호환성 제고 문제, 그리고 기능 확장 등에 동시에 매달린다면 프로그램 개발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누구나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에 접근해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면 모두에게 그만큼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으로 MS 운영체제(OS)의 라이벌인 리눅스가 이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소스 코드 공개여부는 MS 반독점 재판 때도 해법중 하나로 제시됐을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것으로 현재 MS는 일부 소프트웨어를 대상으로 철저한 협정 아래 소스 코드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지만 ''소스 코드 공개''에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해커의 신분이나 공격내용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거의 없지만 해커들이 MS사를 곤경에 빠뜨릴 의사가 있었다면 이미 그들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때 만약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스 코드를 공개한다면 MS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MS가 해킹 대비에 너무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해킹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QAZ 트로이''라는 프로그램은 지난 7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앞서 3월에도 컴퓨터 바이러스 대책단체들이 경고를 했었고 MS도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주의 조치를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7월 이후에도 MS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특별한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확실한 대책 마련도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 4만명의 직원이 사용하는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안 전문가들이 네트워크 구석 구석의 결함을 찾아내 막아야 하지만 해커는 그 중 어느 한 부분의 약점만을 찾아낸다면 전산망을 통해 자동적으로 확산되는 ''QAZ 트로이''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해킹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와 함께 MS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거나 결함이 제거된 프로그램과 기능을 통째로 바꾼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정기적으로 시장에 내놓은 것이 화근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즉,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계속해서 나올 경우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결국 해킹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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