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이스라엘 사이버 전쟁 치열

중앙일보

입력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충돌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 진영간에 사이버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샤름 엘-셰이크 정상회담 이후에도 유혈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한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인터넷 가상공간에 새로운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26일에는 이스라엘 정부 웹사이트들이 해외 이슬람 단체들의 사이버 융단공격을 받아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이 빚어졌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이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 사이트들은 동시에 가해진 이슬람 단체들의 디지털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1년전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 이래 가장 강도 높은 공격이었다.

이스라엘과 단교를 촉구하는 아랍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양측간에 분쟁의 홍보적 측면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유혈충돌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이스라엘 정부 사이트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했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은 말했다. 이번에 집중 공격을 받은 사이트들은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유혈 분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양측간의 사이버 전쟁은 이스라엘 10대 청소년들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됐다. 이스라엘 청소년들은 지난주 국내 신문을 통해 자신들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게릴라 사이트를 마비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아랍측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몇몇 이슬람 과격 단체 사이트들은 사이트 방문객들에게 이스라엘 사이트들을 공격하도록 촉구했다. 이들은 또 전자 메일을 집단 발송해 이스라엘측 사이트를 마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접속 서비스를 방문객들에게 제공했다.

사이버 공격의 피해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이스라엘 총리실의 공식 사이트였다. 총리실 사이트가 복구되자 이번에는 외무부 사이트가 홍수처럼 쇄도하는 e-메일로 가동이 중단됐다. 그 후 이틀이 지났지만 외무부 사이트는 아직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해커들은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 사이트에도 침입해 파일들을 파괴했다. 크네세트 대변인은 공격의 발원지가 사우디 아라비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헤즈볼라 사이트에 최초 공격을 가한 이스라엘인 미키 부자글로는 TV에 나와 "100% 안전한 곳은 없으며 어떤 시스템도 침투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바야흐로 두뇌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군과 정부의 민감한 컴퓨터 시스템은 인터넷 사이트와 격리돼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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