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집단소송제 도입가능성 커져

중앙일보

입력

재정경제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27일 오전 당정협의에서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볼 수있다.

물론 이날 회의에서 재경부 의견은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재경부는 이런 민주당의 의지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앞으로 재경부와 민주당은 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주무부처인 법부무와 추가협의를 해야 하지만 도입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끝내 반대할 경우 의원입법 형식으로 자체 추진에 나설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도입될 가능이 큰 편이다.

문제는 시행시기다. 내년부터 곧바로 도입하는 방안과 유예기간을 둬 기업들에게 준비시간을 주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부작용을 감안한다면 전격적 실시보다는 유예기간을 거쳐 조심스럽게 시행하는 쪽으로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 제도가 소액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결정적 장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는 특정 주주가 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했을 경우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주주들도 그 판결의 혜택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은 기업의 허위.부실공시, 주가조작 등으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더욱이 이 제도는 기업측의 이런 불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예방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많다.

아직 공시나 회계에 대한 인식과 수준이 낮은 단계에서 선진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면 소송이 남발돼 기업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염려한 기업들, 특히 벤처 기업들이 기업공개나 상장.등록을 기피할 가능성도 있는데다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증권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난 86년에 기업공개한 업체들의 86%가 7년안에 집단소송을 경험했다. 90∼94년에는 매년 평균 300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사건당 화해 비용은 평균 86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와함께 이날 당정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냈다. 대신 보다 많은 기업들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표를 몰아 자신들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경영에 반영시킬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을 분명히 갖고 있다.

더욱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대주주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아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는 하나도 없다. 현행법상 도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관에 도입배제를 명시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시민단체 등은 이 제도 도입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당정이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파단했기 때문이다.

즉 이 제도를 의무화하면 이사회가 분열돼 경영효율이 떨어지고 모든 이사의 선임시기와 임기를 일치시켜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들은 경영에 관심이 없어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게 당정의 판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소액주주들이 3%의 지분을 모아 이 제도 도입을 요구하면 회사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데, 정부는 이 지분율을 1%로 낮추는 등의 보완책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