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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정몽준 “보복 공천” … MB계 중진 일제히 포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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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4·11 총선 공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회견에서 이 의원은 “감정적·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작업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새누리당 총선 공천을 놓고 이명박계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명박계 중진 인사들이 8일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낙천 의원들의 탈당도 이어졌다. ‘공천 파동’의 조짐까지 보인다.

 이명박계 좌장 역할을 해 온 이재오 의원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천을 ‘보복공천’이라고 규정했다. “지금이라도 언론의 지적대로 감정적·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작업을 해주길 바란다”면서다. ‘친소관계에 따른 공천’ ‘반대 진영 제거를 위한 공천’이란 표현도 썼다.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의 공천이 가까이는 4월 선거와 멀리는 12월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돼 당에 대한 진심 어린 고언을 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역구(서울 은평을)에서만 살던 그가 국회로 찾아와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 자체가 공천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진수희·권택기 의원, 김해진 전 특임차관 등 그의 측근들은 공천에서 보류 또는 탈락한 상태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후 ‘공천반납설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저는 당을 사랑한다”고만 했고, ‘친이·친박 개념이 없이 공천을 했다’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동의하느냐란 질문엔 “언론이 별로 동의하지 않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이명박계의 집단행동 가능성에 대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하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종 입장은 공천이 마무리된 뒤 밝히겠다”고 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간 침묵했던 청와대도 ‘개인 의견’이란 전제를 달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위 25%) 컷오프’가 다른 모든 거를 압도한다면 컴퓨터에 공천을 맡겨야 할 것”이라며 “공천은 고도의 정치 행위인데 지금처럼 하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이날 상도동 자택을 찾은 정몽준 전 대표에게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하고 어려운데 박 위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상시국이면 더 상의해야 하는데 왜 저렇게 독단적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YS는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거제에서, 정 전 대표는 측근인 전여옥 의원이 서울 영등포갑에서 낙천했다.

 정 전 대표는 트위터에 “’닥치고 나가라’는 식이면서 (박 위원장이) ‘낙천자도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니 위선의 극치”라고 적었다

 이명박계 4선 중진인 이윤성(인천 남동갑) 의원은 공천 탈락에 반발하면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의원으론 허천(강원 춘천) 의원에 이은 두 번째 탈당이다. 김현철 전 부소장과 이명박계인 이방호 전 의원도 이미 탈당한 상태다. 공천에 탈락한 이명박계 진성호(서울 중랑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원칙 공천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며 “포항에선 박 위원장을 도와줬다는 분(김형태)이 여론조사와 관계없이 단독 공천되고 서울 중랑갑에서도 유정현 의원보다 10배나 지지가 낮은 친박연대 출신(김정)이 공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천 배제가 기정사실화됐던 나경원 전 의원은 회견을 열어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백의종군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공당으로서의 공정한 공천이 돼야지 사심에 의해 움직이는 공천이 돼선 안 되는데 지금의 공천 과정을 보면 어이가 없고 원칙이 없다. 사당으로서의 공천이라 의심될 대목이 있다”고 비판했다.

신용호·고정애 기자

새누리당 내부 반발 조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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