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벤처’성공 … 일자리 늘린 수원 행궁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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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수원시 행궁동 벽화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어린이 방문객들이 다양한 벽화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인구 1만3000여 명의 3분의 1이 60대 이상 노년층인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수원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1990년대 말부터 공동화가 진행된 수원의 대표적인 구시가지였다.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힌 데다 건물들이 낡아 떠나는 이가 많고 오는 이는 드물었다. 그런데 2005년부터 예술가들이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예술가들은 칙칙한 회색 시멘트와 판자로 덧댄 담벼락을 화폭 삼아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부정적이던 주민들도 작업에 동참했다. 바다가 펼쳐지는가 하면 꽃밭이 되기도 했다. 멀리 캐나다·독일·네팔 등 세계 각지에서 온 화가들도 벽화를 남겼다.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합심한 ‘행궁동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는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입소문이 나면서 벽화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늘었다. 방문객이 많아지니 지역 식당의 매출이 올랐다. 주민들은 내친김에 마을기업을 설립했다. 간단한 액세서리를 만들어 프로젝트의 구심점인 ‘눈 갤러리’에서 팔았다. 300여 명의 예술가가 이곳에 무료로 작품을 전시했다. 마을공동체 회복이 주민 소득의 증가로 이어졌다. 한 달에 1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눈 갤러리’를 찾았다. 덩달아 붕괴된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났다.

 행궁동 마을만들기 사업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제1회 창조관광사업

(관광벤처)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제6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창조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강신겸 교수는 “창조성(creativity)은 국가와 지역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라며 “특히 생태관광·문화예술관광·공정여행 등은 관광산업에서 창조성을 더한 새로운 모델이어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창조관광사업의 가장 큰 효과는 일자리 창출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관광산업 매출액 10억원당 52.1명의 취업자가 생긴다. 이는 제조업의 두 배, 정보기술(IT) 산업의 5배에 달한다.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와 소자본만 있어도 창업이 가능하고 방식도 무궁무진하다. 주민을 여행 상담자로 활용해 관광객과 연결해주는 우리투어네트웍스의 ‘투어토커 프로그램’은 초기인데도 450여 명의 주민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줬다. 관광산업계의 벤처 열풍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창조관광사업 활성화에 나선 이유다.

 관광공사는 창조관광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대형 관광지 위주의 관광산업은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창조관광사업은 IT나 제조업과 달리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워 아직까지 민간 투자가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창조관광사업(관광벤처) 공모전이 현재까지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그래서 올해 실시하는 2회 공모전은 경쟁이 더 치열할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 강기홍 경쟁력본부장은 “반짝이는 사업 아이디어들이 현실화하도록 발판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관광사업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창조관광(관광벤처)

기존 관광산업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한 것. 2007년에 시작해 ‘걷기여행’의 원조가 된 제주 올레길, 낡은 유원지에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변신한 남이섬, 버려진 대나무밭을 테마공원으로 가꿔 연간 127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 담양 죽록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관광공사는 제2회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 외에도 학생과 일반인·예비창업자 누구나 이달 30일까지 응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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