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되살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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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산업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산업들과 여러모로 다르다. 이는 스스로 살아가는 생명체와 같아서 보살펴주고 키워주려 해도 잘 챙겨지지 않는다. 또한 어제의 성공논리에 머물러 있다 보면 어느덧 패자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 코스닥 안정 최우선

이렇듯 별난(?) IT산업이 최근 침체의 늪에 빠졌다. 신경제의 핵심부에 있는 IT산업의 위치를 생각할 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숨에 침체의 늪에서 건져낼 만한 묘수는 없는 듯하나 몇 가지 소생전략을 정리해 본다.

첫째, 증시가 살아나야 한다. 신산업의 대표주자인 IT산업은 태생적으로 모험적인 벤처캐피털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증시 경기와 IT산업의 발전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작금의 상황도 산업의 침체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보다, 증시 침체로 인해 IT산업이 타격을 입은 바가 더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IT 벤처기업들은 코스닥 시장이 첨단기술 기업 중심으로 차별화되고 안정적 성장을 견지할 때 장기적인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

둘째, 창업보다 퇴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창업의 불꽃은 더 이상의 정부지원 없이도 스스로 타오를 수 있는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

이제는 계속된 음식물 섭취보다 상쾌한 배설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우선 부실기업들을 신속히 퇴출시키는 분위기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창업 숫자가 줄어든다고 울상이지만 진짜 문제는 퇴출 숫자가 적은 데 있다. 또한 기업간 인수.합병(M&A) 이 조속한 시일 안에 활성화해야 한다. M&A 시장은 증시 침체기에 가장 좋은 배설 수단이 된다.

셋째, 우연의 효과(chance effect) 를 살려야 한다. 모든 것을 계획해 일사불란하게 상승곡선만을 탈 수 없는 것이 신산업의 특징이다.

오늘 우연히 다가온 불행이 미래 성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소련에서 천대받고 쫓겨난 유대인 과학자들과 열악한 국내 사정을 탓하며 외국으로 나간 대만의 엘리트들이 결과적으로 그 나라 벤처산업의 발전에 핵심동인이 됐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이러한 의미에서 하강국면에서의 창조적 극복과정은 오히려 미래 도약을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넷째, 전략적 리더십의 구축이 필요하다. 전략적 리더십이란 산업의 주체들이 의욕과 방향성을 가지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공유된 비전과 목표를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multimedia super corridor)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도시의 정보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지식사회를 앞당기려는 노력을 결집하고 있고, 미국의 스마트 밸리(smart valley) 프로젝트는 지역민 모두가 신경제 체제 아래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그 성공 여부를 떠나 정부와 민간들이 공통된 목표를 향해 힘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한다.

분명한 목표와 꿈이 있으면 어떠한 역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IT산업은 어떤 공유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 정책결정 신속하게

다섯째, 신속하면서도 신중한 정책결정을 해야 한다. 역동적 환경을 가진 IT산업은 짜여진 규칙 아래 움직이는 장기 게임보다 쉴새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결단력 있게 대처해야 하는 비디오 게임에 가깝다.

직관에 의존해서라도 신속히 정책적 결정을 내리면서도 앞뒤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신중하게 실천해야 하는 이중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힘있는 정책입안자들의 책임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며, 이벤트식 전시행정을 지양해야 한다.

IT산업은 지식경제의 핵심으로서 우리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하지만 IT산업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복잡계로서 우리의 의도와 계획대로 움직여주질 않는다.

따라서 정해진 코스를 파도를 헤치며 돌파하려는 수영(水泳) 의 우직함보다 파도의 높낮이를 모두 활용할 줄 아는 ''파도타기'' 의 지혜가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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