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그러다 / 그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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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그러지 않다’와 ‘그렇지 않다’는 많은 사람이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것을 알려면 ‘그러다’와 ‘그렇다’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그러하다’의 준말로 ‘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그와 같다’는 뜻이다. 뜻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러하다(=그렇다)’는 품사가 형용사다.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로 ‘상태, 모양, 성질 따위가 그렇게 되게 하다’ 곧 ‘그렇게(=그러하게) 하다’는 뜻이니 품사는 동사다. ‘그리하다’나 ‘그러하다’로 사용하면 혼동을 일으키지 않다가도 ‘그러다’나 ‘그렇다’로 쓰면 헷갈리는 이가 많다.

 다음 예문을 보자. “이 학습법으로 그는 서로 다른 모형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해서 무엇이 효과가 있고 무엇이 효과가 없는지, 어떤 것이 함께 어우러지고 어떤 것이 그렇지 못한지, 현실의 혼돈에서 벗어나 우뚝 서는 것이 어떤 기분이고 그렇지 못할 때 어떤 기분인지 깨달을 것이다.”

 예문에는 ‘그렇지’가 두 번 나온다. 앞의 ‘그렇지’가 가리키는 것을 밝혀 쓰면 ‘함께 어우러지지’이고, 뒤의 ‘그렇지’는 ‘우뚝 서지’를 대신하고 있다. ‘어우러지다’와 ‘서다’가 동사이므로 이들을 가리키는 ‘그렇다’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예문 앞의 ‘그렇지 못한지’는 ‘그러지 못하는지’로, 뒤의 ‘그렇지 못할’은 ‘그러지 못할’로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다’는 ‘그렇게 하다→그리하다→그러다’로, ‘그렇다’는 ‘그러하다→그렇다’로 줄어든 사실과 함께 ‘그러다’는 동사고 ‘그렇다’는 형용사라는 점을 기억하면 알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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