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의학드라마 '메디컬센터'

중앙일보

입력

〈카이스트〉후속으로 SBS는 22일 밤 새 의학드라마〈메디컬센터〉를 선보였다.

종합병원 흉부외과와 일반외과가 무대인 이 드라마는 "의사는 신 (神) 이 바빠 지상으로 출장보낸 사람" 이라고 믿는 원칙주의자 전문의 승재 (감우성) , 환자와 후배 인턴에게 똑같이 권위적인 전문의 가연 (이승연) , 승재의 죽은 여동생과 사랑을 나눴던 과거에서부터 사사건건 승재와 대립하는 또다른 전문의 현일 (김상경) , 어찌된 셈인지 동생 승재에 비해 한참 늦된 레지던트 영재 (박철) 이 중심인물. 여기에다가 천방지축인 인턴 지태 (박광현) , 간호사와 갈등하는 인턴 수안 (김민선) , 승재를 흠모의 눈으로 바라보는 간호사 경선 (한고은) 등 '전문직 드라마' 이자 '인간 드라마' 가 줄 수 있는 재미의 요소를 고루 함축한 인물들이 가세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90년대 중반 대히트한 드라마〈종합병원〉 의 잔상이 남아있는 시청자들에게 이같은 인물설정은 결코 새롭지 않다.

의약분업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이 아니더라도, 그 사이 변화한 시대 상황을 적극 포착하지 못하는 것도 새 드라마의 새로움을 떨어뜨리는 요소. 혈관을 잘 찾지 못하는 인턴에 지친 환자를 친절한 몇 마디 말로 달래는 승재의 모습이 극중에서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는 에피소드로 등장하지만, 사실 이는 더 이상 '인간적' 인 의사만이 아니라 대다수 의사에게 환자들이 기대하는 일면이다.

〈종합병원〉〈의가형제〉〈해바라기〉 등 다양한 의학드라마가 방송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기대 뿐 아니라 의학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도 퍽 높아졌다.

환자가 영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의 나열이 의사의 '전문성' 보다는 '불친절' 로 인식되는 요즘, 주로 영어로 되어있는 의사.간호사들의 어휘를 대사에 수시로 삽입하고 자막으로 설명하는 관습 역시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 드라마 첫회에 등장한 'notify' 'keep' 같은 단어는 전문용어도 아닌만큼 이를 우리말로 바꾼다고 해서 '의학드라마의 리얼리티' 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연출자 이창한PD는 '의약분업' 등 당장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 그 때문에 드라마가 존폐위기를 겪기도 했다" 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인물들로 그려내겠다" 고 말했다.

〈메디컬센터〉 의 이창한PD와 인정옥 작가는 이미 의학드라마〈해바라기〉를 만들었던 경험자이어서 기대도 그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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