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vs치킨에 맥주, 더 치명적인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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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28일 방송된 JTBC ‘닥터의 승부’에서 16명의 의사들이 ‘회춘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피부과·치과·내분비내과 등 12명의 의사는 가능하다고 답했고, 이비인후과·대장항문외과 등 4명의 의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건강퀴즈 하나. 다음 중 건강에 더 치명적인 음주습관은 무엇일까.

①안주 없이 마시기 ②기름진 안주 많이 먹기

정답은 ‘신체 부위에 따라 달라요’다. 안주 없이 마시면 위와 뇌에 치명적이고, 기름진 안주와 함께 먹으면 비만과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각 과를 대표하는 16명의 의사들이 건강 속설을 놓고 대결을 펼치는 JTBC ‘닥터의 승부(매주 화요일 밤 11시)’는 “의학엔 절대적인 답이 없다”는 관점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 이후 지금까지 12회 진행됐다. 평균 시청률 1%를 넘기며 동시간대 케이블 채널 중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16명의 의사가 배틀을 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닥터의 승부’는 의사가 주인공이다. ‘스키니진과 하이힐 중 건강에 더 나쁜 것은?’이란 질문에 신경외과 의사는 하이힐을, 산부인과 의사는 스키니진을 선택하는 식이다.

한 명의 의사가 나와 상담을 해주고 결론을 내리는 기존의 의학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의사들끼리 갑론을박 하는 것이 키 포인트다. 많은 시청자들도 “내 건강습관이나 체형에 따라 여러 관점에서 적용해서 볼 수 있어 유익하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닥터의 승부’가 재미있는 것은 ‘집단토크쇼’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수 의학 프로그램인 ‘비타민’(KBS)보다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SBS), ‘세바퀴’(MBC)를 더 닮았다.

 실제로 의사들은 예능인처럼 ‘분량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각종 차트와 엑스레이 사진, 논문자료를 준비해오는 것도 기본이다. 때론 재미를 위해 ‘캐릭터’를 만들고 망가지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늘 고환의 건강을 생각하는 비뇨기과 박용일 선생은 ‘고환 선생’, 내분비내과 의사지만 폭탄주를 좋아하는 남재현 선생은 ‘남폭탄’으로 불린다.

 연출을 맡은 성치경 PD는 “처음엔 의사 선생님들이 ‘배틀’이란 개념을 부담스러워해 섭외에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더 많이 카메라에 나오려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헬스테인먼트가 살아남는 법=의학과 예능을 섞은 ‘헬스테인먼트(헬스+엔터테인먼트)’는 1990년대 ‘웰빙’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90년대 나온 ‘건강보감’(MBC)은 출연자들이 직접 한의학 검진을 받고 치료법을 소개받는 구성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3년 방송된 ‘맨투맨’(SBS), 2006년 선보인 ‘동안클럽’(MBC)도 출연진의 체험에 방점을 찍었다. 2003년 시작해 9년째 방송중인 비타민은 의사에게 고정 캐릭터를 맡기기 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한두 명의 의사가 나와 조언을 해주는 소극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닥터의 승부’는 의사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기존의 헬스테인먼트 프로그램과 다르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의료 서비스의 공급이 늘면서 의사들의 직업적 권위의식을 내려놓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소화기내과 민영일 박사는 “현대의학은 검증이 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의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절대적일 수는 없는 것을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의사들의 치열한 홍보 경쟁도 일조했다는 평이다. 성 PD는 “경쟁이 치열한 피부과·성형외과·안과의 경우 특히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며 “언변도 뛰어나야 하지만 실력 있는 의사들을 섭외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닥터의 승부’ 의학상식 배틀

(안과·신경외과·대장항문외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소화기내과·내분비내과·산부인과·비뇨기과·치과·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성형외과·피부과·정신과, 총 16개과 의사들 응답 집계)

1. 미인은 잠꾸러기인가

그렇다 9 vs 7 아니다

2. 매일 조금씩 마시는 반주는 약일까

그렇다 3 vs 13 아니다

3. 혈액형은 건강과 관련이 있다

관련 있다 10 vs 6 관련 없다

4. 건강에 더 치명적인 메뉴는

삼겹살에 소주 10 vs 6 치킨에 맥주

5. 건강을 위해 더 시급히 고쳐야 하는 습관은

코골이 13 vs 3 이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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