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1년, 일본은 ‘하이터치’ 열풍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일본 대지진 1주년을 맞아 모르는 사람끼리 손바닥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누는 '하이 터치'가 일본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운동경기에서 선수들끼리 나누는 손인사인 하이 파이브가 요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동일본 대지진 1년 아직도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순 가고시마시의 번화가에는 '렛츠 하이 터치!'라고 쓰여진 조끼를 입은 젊은 여성 약 20명이 등장했다. 그들은 길거리에 나란히 늘어서 길을 지나는 사람들과 하이 터치를 나눴다. 쑥스러워 피해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20대 회사원 여성은 "웃는 얼굴로 하이 터치를 하니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졌다"고 말했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하이 터치 운동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 [사진=요미우리신문 인터넷판 캡처]

이 운동은 30대 회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했다. 매달 3회씩 가고시마 시내나 역 주변 등에서 모인다. 참가자는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이다. 처음에는 10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많은 날엔 5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고 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대지진 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고 고민하다 이 운동을 알게 됐다. 돈도 도구도 필요 없고 그저 손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웃는 얼굴과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가나가와현의 한 자유기고가(34)가 2009년에 시작한 캠페인 '하이터치 대작전'도 지난해 대지진 이후 급속하게 번져나가고 있다. 도쿄도와 가나가와현 등에 사는 젊은이 수십 명이 매월 3~4 회씩 만나 하이터치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진 후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기 시작했으며, "하이 터치로 힘을 낼 수 있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원래 하이 터치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낯가림을 치료하기 위한 인사법의 하나로 퍼지기 시작됐다. 그러나 요즘에는 도심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끼리 하이 터치를 교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은 전했다.

이영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