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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푸틴 … 민심은 반대쪽을 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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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일 있을 러시아 대선에서 3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운데)가 지난달 29일 통합러시아당 선거캠프 관계자들을 만나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연설을 하고 있다. 대선 이후 야당 측이 대규모 시위를 계획 중인 데 대해 푸틴은 “선거를 날조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60) 총리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집권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출마한 푸틴은 여론조사에서 6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을 전망이다.

 푸틴은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을 연임했다. 헌법 개정에 따라 이번에 당선하면 임기가 6년으로 는다. 푸틴이 2018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24년까지 러시아를 통치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렸던 러시아 정부는 전국 9만6000개 투표소에 20만 개의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 러시아 국민은 24시간 동안 인터넷으로 실시간 투표 현장을 볼 수 있다. 개표 과정을 찍은 동영상도 인터넷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주제도 및 인권사무소’와 독립국가연합(CIS) 등 국제선거감시단원 667명도 3일부터 러시아 전역에서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전러시아여론조사센터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틴의 지지율은 59.9%에 달했다.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68) 당수는 막판 지지자 결집을 시도했지만 15.1%를 얻는 데 그쳤다. 기업가 출신인 무소속의 미하일 프로호로프(47)와 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66) 당수, 정의러시아당의 세르게이 미로노프(59) 당수의 지지율도 각각 7~8%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 여론은 푸틴과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한다. 푸틴의 당선이 여론의 인기 때문이 아니라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일관된 평가다. 민심이 급속하게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 번째 대권을 잡게 될 경우 ‘푸틴 시대의 종말’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일 ‘푸틴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푸틴의 시간이 다 되어 간다”고 전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6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당선 후 푸틴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가 처음 크렘린(대통령궁)에 입성한 2000년 당시 러시아 국민은 푸틴을 찬양했다. 그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보리스 옐친 대통령 정부에서 계속된 정치·경제적 혼란을 일소하고 안정과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틴 정권에서 고유가에 힘입어 러시아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해 그의 인기가 치솟았다. 하지만 정권의 독재적 행태와 부패가 심해지면서 푸틴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커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쌍두체제를 포함해 사실상 12년간 러시아를 이끌어온 푸틴 체제하에서 러시아 공무원들의 부패는 극도로 심해졌다.

 지난해 9월 푸틴의 3선 도전 발표를 계기로 여론은 더욱 싸늘하게 돌아섰다. 같은 해 12월 부정선거 의혹이 일자 과거 푸틴 정권의 혜택을 입었던 중산층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정 지지 정당이 없는 이들은 대부분 도심에 거주하는 전문직 젊은 세대다. 전체 인구의 10~20%를 차지하며, 월평균 소득이 1000달러 이상이다. 지난달 26일 마지막 가두시위에 참가한 이들은 크렘린궁을 에워싸는 인간띠 시위를 벌이며 푸틴을 압박했다.

 ‘푸틴에 대한 피로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푸틴이 6년 임기만 채우고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내일 러시아 대선 … 당선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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