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미의 성공을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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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북 구미시는 내륙도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란 상징성 빼고는 지정학적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다. 주변에 제대로 된 항구도, 변변한 국제공항도 없다. 구미는 2005년 큰 위기를 맞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LG필립스LCD가 대형 LCD 조립라인을 경기도 파주로 옮긴 것이다. 첨단 연구인력까지 빠져나가면서 도시 공동화(空洞化)의 가슴앓이를 했다. 그런 구미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주민 1만1000여 명이 늘어나 인구 50만 명 시대를 꿈꾸고 있다. 구미는 13년 연속 인구가 줄던 경북을 단번에 순(純)인구 유입 지역으로 되돌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미시민들은 2006년부터 똘똘 뭉쳤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것이다. 구미에 남은 소형 LCD 라인을 응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LG 주식 한 주 갖기 운동’을 벌여 20만7747주(66억원 상당)를 샀다. 세계시장의 흐름도 행운이었다. 치열한 경쟁으로 대형 LCD가 죽을 쑨 반면 첨단 소형 LCD는 새로운 시장이 활짝 열렸다. 소형 노트북 LCD가 불티나게 팔리고, 애플에 아이폰용 LCD를 공급하면서 날개를 단 것이다. LG는 구미에 1조3000억원을 투입해 6세대 LCD 라인을 세우는 것으로 보답했다. 이뿐 아니다. 구미에는 일본 도레이가 첨단 탄소섬유 공장을 세우고, 웅진케미칼이 역삼투용 멤브레인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구미가 엄청난 특혜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마음 씀씀이가 큰 감동을 불렀다. 구미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고향 기업에 감사엽서 보내기 운동을 벌인다. 구미시청에선 매달 ‘이달의 기업’을 선정한다. 그리고 해당 공장장과 노조위원장을 초청해 시청 국기게양대에서 함께 사기(社旗)를 올린다. 이런 사소한 정성들이 쌓여 기업들을 움직인 것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마다 ‘기업 유치’에 혈안이다. 지방 국회의원들은 선거구가 없어질까 선거철마다 유령 주민을 끌어모으기에 바쁘다. 그럼에도 수많은 지방 공단은 여전히 텅 빈 상태다. 지자체들은 구미의 성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은 결국 주민들과 지자체가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