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도복벗은 태권도스타 김제경.조향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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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없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태권도를 할 겁니다."

제81회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마지막날 경기가 열린 17일 부산정보산업고 체육관에서 함께 은퇴식을 가진 한국 남녀 태권도의 `쌍별' 김제경(31.에스원)과 조향미(27.인천시청)는 입을 맞춘 듯 은퇴소감을 똑 같이 밝혔다.

한 세대를 풍미한 최고의 태권도 스타인 이들은 선수로서의 화려한 경력은 물론 안타까운 은퇴까지 비슷한 면이 많다.

김제경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앞두고 대표로 선발된 뒤 93, 95, 97년 세계선수권 3연패를 일궈냈고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헤비급에서는 무적의 선수였지만 허벅지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첫 정식 종목이 된 시드니올림픽의 꿈을 후배 김경훈에게 넘겨야 했다.

또 조향미는 인천체고 3학년이던 91년 태극마크를 단 이래 95, 97, 99년 세계선수권에서 웰터급과 라이트급을 오가며 3연패를 일궈냈고 역시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선발전에서 이선희에게 석패, 올림픽에 나서지 못하는 좌절을 맛봤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두 선수 모두 은퇴무대인 이번 전국체전에서 남녀일반부 헤비급과 라이트급에서 각각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김제경과 조향미는 모두 자신을 넘어서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한 두선수가 금메달을 따내자 마치 자신의 승리처럼 기뻤고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

은퇴후 계획에 대해 김제경은 "미국 포틀랜드에 있는 선배의 체육관을 함께 운영하면서 영어를 익혀 향후 태권도가 세계에 더 깊숙이 뿌리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고 조향미는 "귀감으로 삼는 팀의 임신자감독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마지막으로 태권도가 올림픽정식종목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위해 차등채점제를 도입, 경기에 박진감을 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종주국의 태권도에 파벌싸움없이 페어플레이만 존재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는 작은 소망을 밝혔다.(부산=연합뉴스) 체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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