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세계지도'선 일본이 최대국, 한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그리스가 사실상 국가부도 판정을 받았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를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 상태로 평가했다”고 28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전체 빚 가운데 일부를 갚지 못한 상태란 얘기다. 그리스는 해외 채권단에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의 53% 이상을 탕감받았다.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을 못 받은 셈이다.

 그리스 사태는 글로벌 국가부채 위기의 축소판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하나같이 엄청나게 많은 빚을 짊어지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빚 규모가 너무 커 경제 규모 등에 비춰 상대적으로 건전하다 아니다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할 정도다. 경제 규모가 크더라도 어느 나라든지 부채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세계가 빚이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본지는 서울대 박기호(지리학) 교수와 함께 면적이 아니라 국가 총부채에 맞춰 세계의 지도(카토그램)를 다시 그려봤다. 박 교수는 “카토그램은 증명사진처럼 판박이 지도가 아니다”며 “사회·경제·문화적 데이터가 갖고 있는 핵심 의미와 패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가부채 규모로 본 세계 경제의 실상은 의외였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고 국토 순위로도 3위인 중국은 지도에서 찾기 어려웠다. 러시아는 가느다란 띠로 축소됐다.

반면 11조1052억 달러(OECD 기준)로 세계 최대 채무국인 일본은 가장 큰 나라가 됐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도 크게 나타났다. 그리스는 빚의 절대 규모가 중국보다 크지 않아 재정위기 진앙국이지만 쉽게 찾아볼 수는 없었다. 한국은 이웃 일본 크기에 가려 존재감이 없을 정도다.

 부채 무게는 절대 액수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과 견줘 상대적으로 살펴보기도 한다. 국가 순부채비율 지도를 그린 이유다. 다양성을 좇아 방법을 좀 달리했다. 3D 기법을 활용했다. 국가 면적을 조절하기보다 고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그 결과 일본은 천상의 나라였다. 일본 열도 전체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총부채 지도에선 거의 보이지 않던 아프리카 잠비아가 부채비율 1위를 차지했다.

카토그램 (Cartogram) 일반적인 지도를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지도다. 면적이나 고도·거리 등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특허권 보유건수, 군함 톤(t)수 등을 기준으로 조정된다. 카토그램은 일반 지도와 아주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통계적 의미를 지도상에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나랏빚 지도(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지난해 말의 국가부채 규모(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면적을 늘리거나 축소한 지도다. 국가부채비율 지도(아래)는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고도로 조정한 것이다. 자료 : 서울대 지리학과 GIS 연구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