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급등락 장세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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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주가가 모처럼 큰 폭으로 올랐다.

그동안 증시의 발목을 붙들었던 악재들이 점차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됐기 때문이다.

최근 침체에 빠졌던 미국 증시가 지난 주말 급등세로 반전했고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중동사태도 6개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고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시장에는 어떻게든 보탬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5천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면 과연 증시는 바닥을 다지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일까. 다수의 분석가들은 이날 상승세를 낙폭 과대에 따른 단기의 기술적 반등이라고 해석한다. 시장 내부 여건에는 아직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영향력이 큰 외국인이 여전히 매도 우위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제한적인 반등장세가 연출될 것이며 섣부른 추격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종합지수는 장초반 41포인트 이상 올라 566선까지 접근했다가 이후 상승폭이 크게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 어디까지 오를까〓전문가들은 지난주의 하락세가 해외에서 돌출된 악재 때문이라며 해외요인만 안정되면 단기 낙폭의 상당부분을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종합지수의 경우 580선, 코스닥지수의 경우 88선 정도면 매물저항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1개월간 지수대별 거래비중을 보면 이 부근에서 집중적인 거래가 이뤄졌다는 근거에서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580선에서 매매공방이 치열해질 것이며 미국 증시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면 600선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 분석했다.

박주식 현대투신증권 리서치팀장은 "600선까지는 단기반등이 가능하나 이후에는 추가적인 재료가 나와야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면서 "정부가 진행 중인 2차 금융.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올지가 관건" 이라고 지적했다.

◇ 불확실한 주변 변수의 움직임〓미국 증시의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번주 중 인텔.마이크로소프트.IBM 등 주요 기업의 실적발표에 따른 시장 반응과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동 분쟁의 완화도 지역적인 성격상 속단하기 어렵다는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기업 퇴출 판정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관건으로 떠오르리란 예상이다. 외국인의 반도체 주식 매도세가 진정될지도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김정환 LG증권 연구위원은 "주말의 미국 증시 상승에 대해 바닥을 쳤다는 견해와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어 아직은 추세 확인이 어려운 상태" 라면서 "최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는 미국 증시 움직임과 철저히 연계돼 있어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성태 제일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외국인들이 국내 구조조정 상황에 대해 점차 회의적인 시각을 품기 시작했다는 점이 부담스러워 장세 전망이 불투명하다" 고 우려했다.

◇ 단기 투자전략은〓장동헌 SK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지수 500대를 바닥으로 확인하기는 했으나 추격매수는 위험하며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고 제시했다.

제일투신운용의 김팀장은 "장세를 좀더 지켜보되 주식을 나눠 사고 나눠 파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며 "특히 급등락이 나타나는 시점에서 외상매매는 금물"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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