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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프로야구 고질병 '억지 타이틀 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의 중병(重病)이 깊어지는 것만 같아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야구팬들을 볼 면목이 없다.

페넌트레이스를 중단하면서까지 프로야구 선수들을 올림픽에 참가시킨 명분은 올림픽 메달이 한국야구 중흥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의 야구장 분위기는 철지난 피서지의 백사장 같은 쓸쓸함 그대로다.

정규시즌 마감 때 쯤이면 찾아오는 계절병 같은 개인 타이틀 만들어주기가 올해에도 벌어져 이런 쓸쓸함을 더욱 짙게 한다.

짧은 국내 프로야구 역사에 유일한 타격 3관왕이었던 이만수(전 삼성)는 누구보다 성실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감독이 개인타이틀 3관왕을 만들어주기 위해 편법을 썼기 때문에 그의 3관왕은 기록만으로 존재하고 그 과정에서 흘린 땀과 노력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스포츠의 기본정신인 정정당당한 승부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가장 먼저 느끼고 극복해야 할 최전방의 감독이나 선수들이 지나치게 타이틀을 의식, 장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위기를 더하게 한다.

지난 12일 잠실 두산 - LG전에서 고의로 1차전을 져준 두산이나 수원에서 소속팀 선수들의 타이틀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팀 선수를 노골적으로 견제한 현대의 행동은 스스로 팬들을 야구장 밖으로 쫓아내는 꼴이다. 자기 밥그릇을 자기가 차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행동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태연하게 행해질 뿐만 아니라 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비겁한 승리보다 당당한 패배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소식 <일구회 회장.sbs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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