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이봉주 "후쿠오카서 명예회복"

중앙일보

입력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뛸 겁니다. "

'한국 마라톤의 간판' 이봉주(30.삼성전자)가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불운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

이는 12월 후쿠오카대회에 참가한 후 내년 대회 출전계획까지 세워놓고 신발끈을 다시 맸다. 지난 12일 서울 오금동 삼성전자 육상단 숙소에서 이봉주를 만났다.

- 시드니에서 넘어질 당시 상황은.

"15㎞ 지점을 지나자 선두 그룹의 페이스가 갑자기 빨라졌다. 앞서 아프리카 선수 두 명이 달리고 있었고 조시아 투과니(남아공)가 앞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강한 바람의 저항을 덜 받기 위해 그룹 앞줄 바로 뒤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달리던 선수(스페인 추정)가 갑자기 넘어지는 바람에 피할 틈도 없이 걸려 넘어졌다. 10초 정도 구르다가 다시 일어난 것 같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마음만 급해지더니 결국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23차례 완주하는 동안 넘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체력이 닿는 데까지 뛰겠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을 많이 했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 오기가 생긴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

가깝게는 다음달 19일 중앙일보 서울 하프 마라톤대회 5㎞에 나가 시민들과 축제 분위기를 즐긴 다음 12월 후쿠오카대회에서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게자그니 아베라(에티오피아)와 한판 승부를 걸겠다."

- 시드니 마라톤 코스 난이도에 대해 말이 많은데.

"절대 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패장은 할 말이 없다지만 지구력에 초점을 맞춘 훈련 방법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느 대회든지 지구력과 스피드 훈련은 필수다. 스피드 훈련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

- 김미순(30)씨와 결혼 계획은.

"귀국한 뒤 두세번 만났는데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위로를 받았다. 결혼은 내년 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

- 하프 마라톤을 어떻게 보나.

"1992년 도쿄 국제 하프 마라톤대회에서 한국 최고기록(1시간1분4초)을 수립한 뒤 자신감을 갖게 됐다. 중앙마라톤은 마라토너들이 스피드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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