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달러당 80엔대로 반전 … 약세 이어질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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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호 08면

지난 22일 한때 일본 도쿄 외환거래소의 전광판에 달러당 80엔대로 올라간 엔화 환율 수치가 떠 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80엔대로 하락한 건 지난해 8월 4일 이후 반년여 만에 처음이다. 전광판 아래 일장기와 미 성조기가 대비된다. [도쿄 AP=연합뉴스]

23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등 일본 언론들은 ‘역사적인 수퍼 엔고(円高) 시대가 끝나가는 변화의 신호가 보인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지난해 10월 달러당 75.7엔까지 치솟았던 엔화가치가 지난주에는 80엔대까지 돌아섰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던 엔고가 최근 스스로 고개를 숙인 점이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한 나라의 돈 가치는 경제 실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제상황’에 빠져 있는 일본의 엔화는 약세를 보여야 당연하다. 이를 반영하면 엔화는 달러당 90엔 수준은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제 외환시장은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 재정난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감이 확산되자 안전자산인 엔화를 선호해 되레 강세를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엔화 약세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리스 구제금융 승인 등으로 유로존 재정위기감이 줄어 주식투자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되살아난 원인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금융시장에 리스크 회피 현상이 완화됐다는 얘기다. 투자은행인 노무라는 1분기 엔화 전망을 달러당 75엔에서 79엔으로 수정했다. 이런 현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아직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는 달러당 90엔 이상이 되지 않는 한 수출 둔화 현상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자동차·조선업체들이 그 정도 수준은 견딜 만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의 추세적인 약세 국면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은 상환을 가능한 한 늦추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름값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두바이유는 3년6개월 만에 다시 배럴당 120달러 선을 돌파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각각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기름값도 L당 평균 2000원에 육박했다. 서울 지역은 이미 2070원을 넘겼다. 자고 일어나면 기름값이 오른다고 소비자들은 아우성이다. 2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이란 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제유가가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그리스의 구제금융안이 타결되면서 유로존의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은 유가 상승을 둘러싸고 정치 공방까지 이뤄지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3년간 휘발유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는 사실을 오바마 대통령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가 그간 자국 내 석유 시추 등 유가 대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자국 내 유전을 개발하면 기름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유가 인상에 특단의 대책은 없다”면서 “공화당은 ‘드릴, 드릴, 드릴(Drill·석유 시추)’만 외치는데 그건 대책이 아니라 선동”이라고 맞대응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한국도 유가가 정치 쟁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재계와 노동계는 대법원의 판결로 희비가 엇갈렸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내 하도급이란 일부 공정을 외부업체에 위임해 그들이 책임지고 생산하는 방식이다. 직원 조달은 물론 노동에 대한 지휘감독도 하청업체가 한다. 따라서 인력업체에서 근로자만 받아 쓰는 근로자파견제와는 다르다. 사내 하청은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 철강, 전자업계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이런 근로자만 전국에 약 32만 명이다. 이들의 정규직화 문제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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