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중학 체육 확대 씁쓸한 ‘공문 릴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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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천인성
사회부문 기자

24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하루 종일 분주했다. 회의에 회의가 이어졌다. 학교폭력 종합대책 중 하나로 추진했던 ‘중학교 체육수업 확대’ 계획이 개학을 코앞에 둔 시점에 삐걱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개학을 앞둔 일선 학교에서는 체육수업 확대 방법과 시설, 강사 확보를 두고 골치를 앓고 있다.

<중앙일보>2월 24일자 25면>

 이날 교과부 간부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한 간부는 교육청에 책임을 떠넘겼다. “체육수업 시수 확대 대신 방과후 활동이나 토요일을 활용해 체육을 해도 되는데 교육청이 교과부 공문을 너무 경직적으로 해석했다.” 또 다른 간부는 “교과부 계획을 대놓고 거부한 각 교육청에 재차 공문을 보내 예정대로 추진토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간부의 말대로 교과부는 이날 늦게 시·도교육청에 “예산 지원 등에 최대한 노력할 테니 1학기 전면 시행에 적극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현장을 살피지 않은 채 계획을 밀어붙여 일선 학교의 혼란만 자초한 데 대한 반성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간 교과부가 해 온 조치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달부터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중학교에서 체육수업을 확대하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또 지난 6일 김황식 총리가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할 때도 ‘체육수업 확대’는 제법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교과부가 실천에 옮긴 조치라고는 각 교육청에 ‘3월부터 체육수업을 확대 실시하라’는 공문 하나 보낸 게 거의 전부다. 일선 학교의 형편을 살피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다.

 각 교육청도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 교육청은 교과부가 보낸 공문을 그대로 일선 학교에 전달만 했다. 공문을 받아 본 학교들이 “이걸 당장 어떻게 3월부터 시행하느냐”며 반발한 뒤에야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전면 시행’(17일)→‘일단 유보’(21일)→‘자율 시행’(23일)으로 오락가락했던 서울교육청의 ‘공문 릴레이’가 대표적이다.

 체육수업이 학생의 인성·체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학교폭력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효과를 내려면 현장 상황이 정확히 반영돼야 하고 준비기간도 충분해야 한다.

 이번 중학교 체육수업 확대계획은 모든 게 미흡했다. 무엇보다 일선 학교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제라도 교과부와 교육청은 당초 일정만 고집하지 말고 현장 얘기를 귀담아들어 올바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시간이 없다. 엿새 후면 191만 명의 중학생이 개학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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