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안 낳은 한우암소만 고집 '능수버들'

중앙일보

입력

쇠고기구이집 메뉴판에는 세월이 담겨 있다.

끼니 걱정을 하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메뉴판에는 갈비·등심·갈비탕 등이 고작이었다. 형편이 풀리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암소'란 접두어가 덧붙여지더니, 90년대 시장개방으로 수입육이 몰려오자 '한우'란 단어가 눈에 띄게 강조됐다. 갈수록 넉넉해지는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서울 관세청 맞은 편에 있는 '능수버들(02-547-9360)'의 메뉴판에는 '처녀우'란 생소한 용어가 등장한다.

이는 송아지를 낳지 않은 한우암소를 쓴다는 얘기로 2000년 들어 벤처특수 등으로 씀씀이가 더욱 넉넉해진 서울 강남지역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려는 발빠른 대응. 이곳에선 충북 초정리 청정지역에서 사육된 순수한우 고기중 3년미만의 암소고기를 받는다고 한다. 매일매일 직송받아 숙성시키지 않고 바로바로 식탁에 올린다.

육질만 보아도 붉은 고기사이로 가늘게 깔린 지방질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참나무숯에 구워먹는 생고기구이는 부드러운 맛이 고급육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육회나 육사시미도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 난다.

생고기구이는 1인분(1백20g)에 1만9천원으로 다른 고깃집에 비해 양도 적고 값도 비싸다. 식사(냉면이나 돌솥밥)가 곁들여지는 생고기 코스메뉴는 1인분에 2만8천원. 육회는 3백50g에 3만원을 받는다.

식사메뉴 중에는 굴고추장(7천원)이 특이하다. 굴을 찹쌀고추장과 각종 야채·버섯을 넣고 자박자박하게 끓인 것에 밥을 비벼 먹는 것. 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료될 만하다.

이밖에도 함흥냉면(회·비빔·물냉면 각각 5천원), 사골선지해장국(4천원)·간장게장백반(9천원)등이 있다. 1년내내 문을 닫지 않는 연중무휴.24시간 영업을 한다. 그렇지만 처녀우를 맛보려면 점심시간이나 저녁 9시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산지에서 올라온 물량이 동나면 처녀우는 더이상 주문받지 않는다. 포장판매도 한다. 좌석은 1·2층 모두 1백80석. 주차공간 40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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