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앞머리 없는 사람은 총리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대머리 논란이 영국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앞머리가 비어 있는 후보는 총리가 될 수 없다는 이색 이론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유명 칼럼니스트 알란 왓킨스가 지난주 영국 일간지 디 인디펜던트에 역대 총선을 분석한 결과 1951년 윈스턴 처칠이 총리로 선출된 이후 이금까지 단 한 차례도 대머리 당수가 이끄는 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제기한 것.

왓킨스는 51년 선거에서 대머리 처칠이 승리를 한 것도 상대 후보였던 크리먼트 아틀리 노동당수의 머리숱이 더 적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지난 87년과 92년 총선에서 잇따라 대처와 존 메이이저 총리에에 참패했던 니일 키녹 전 노동당수도 12일자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앞머리에 숱이 있었다면 선거에서 이겼을 지도 모르겠다" 며 왓킨스의 가설이 맞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영국 총선에서 토니 블레어 현 총리와 맡불을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당수가 40대인데도 불구하고 앞머리가 훤히 비어있다는 것.

현재 지난달부터 8년만에 최초로 지지율면에서 노동당을 앞지르고 있는 보수당은 이에 "무슨 해괴한 소리냐" 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보수당 지지성향을 보여온 타블로이드 신문 선지의 데이비드 옐랜드 편집국장도 "병을 치료하다 머리카락이 빠진 사람도 많은데 이런 인권 침해가 어디있느냐" 며 강력히 문제제기를 했다. 옐랜드 편집국장 역시 대머리다.

논란이 가열되자 가디언지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등 운동선수와 연예인이 자발적으로 삭발을 하는 것이 유행이라서 다행이 이번 선거에는 헤이그 당수가 크게 손해볼 것 같지는 않다" 고 분석하면서 헤이그 당수에게 머리를 더 짧게 깎을 것을 권유했다.

한편 BBC는 최근 독일 뮌헨의 한 연구소가 기업체의 지원 채용 면접을 조사한 결과 대머리가 낙방한 비율이 머리 숱이 많은 사람보다 2배로 나타나는 등 차별적인 부분이 분명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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