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헌법재판관 공백 더 이상 방치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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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야 정치권이 선거에 몰입해 필수 국정을 뒤로 미루는 바람에 국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헌법재판관 선출이다. 9명 중 국회 몫 1명이 비어 있는 헌법재판관 공백 상태가 7개월이나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어제 이강국 헌재소장이 국회에 조속한 선출을 요청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이 소장은 서한에서 “헌법재판관 선출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이자 의무이고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지적했다.

 헌재 재판관 한 명의 무게는 크다. 헌재는 가장 중요한 위헌심판의 경우 9명 중 6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어떤 위헌 사안이 있을 경우 현재 8명 재판관 가운데 과반인 5명이 찬성하더라도 결정이 불가능하다. 1명이 마저 충원되어 있으면 위헌결정이 날 수 있는 사안이 국회의 직무유기로 미뤄질 수 있다.

 재판관 공석이란 비상사태가 계속되는 것은 지난 9일 민주당이 추천했던 조용환 재판관 후보에 대한 선출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조 후보가 “직접 보지 않아 천안함 폭침을 (북한 소행이라) 확신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보수 여당이 ‘국가관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 재판관에 대한 추천권을 가진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미 부결된 조용환 후보를 19대 국회에서 다시 선출할 계획이다. 국회의 판결이 이미 내려진 사람을 다시 추천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집착이다.

 민주당의 생각대로 4월 총선 이후 새 국회에서 조 후보를 다시 선출하려면 일러야 6월이다. 민주당은 보편적인 상식 틀에서 전문성과 성실성을 갖춘 인사를 조속히 재판관 후보로 추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