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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시험문제 다른 전공도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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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 D대 외과 교수가 제자에게 전문의 시험 문제를 유출한 사실이 본지에 보도된 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전공 전문의 시험 문제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전문의 자격증 발행기관인 보건복지부와 시험을 주관한 대한의사협회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앙일보>2월 21일자 18면>

 부산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문제 유출은 대부분의 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대학별로 출제위원으로 들어간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을 각 학교 대표들이 모으고, 합숙하면서 시험 전날 (호텔)방 문 밑으로 (자료를) 밀어 넣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제위원들이 e-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미리 가르쳐주고 출제한 문제를 올려놓을 테니 (계정에) 들어가 보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외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도 “문제 유출은 어느 정도 공공연하게 이뤄져온 관행”이라며 “내가 붙는다고 누군가 떨어지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다 같이 모여서 잘 보자’라는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시험 문제 공유는 시험 4~5개월 전 레지던트들이 만드는 전공별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뤄진다. 정보를 총괄할 ‘대족장(대표)’에게 지역·대학별 족장들이 문제 정보를 수집해 보내는 식이다. 알짜 정보는 시험 직전 호텔 합숙 과정에서 나온다. 수십 명의 레지던트가 호텔에 모여 시험 직전 교수들에게 입수한 정보를 나눈다. 2011년 외과 전문의시험 준비 카페에는 “S병원입니다. (교수가) 여기서 70%는 낸다고 하셨다” “저희 교수님이 대장항문 분야에서 내신 거라고 보내주신 건데 참고하실 분 보세요” 등의 글과 자료가 올라와 있다. 이런 글에 “1108호 2부 부탁해요”라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린다. 서울의 한 개업 전문의는 “호텔에 합숙하면서 공부하고 출제될 문제 정보를 공유하는 건 수십 년 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1973년 의협이 시험을 주관한 이후 한 번도 문제 유출을 의심하지 않았다.

 외과 전문의 문제 유출도 이런 관행 위에서 이뤄졌다. 복지부는 21일 “D대학 외과 교수 2명이 지난해 1월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제자 4명에게 문제를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4명은 202명이 치른 1차 필기시험에서 1~4등을 차지했다. 문제 유출을 시인한 최모 교수는 “출제할 가능성이 큰 문제를 알려준 것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복지부는 시험지 자체를 유출하지 않는 한 최고 득점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해당 교수 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대한외과학회는 17일 해당 교수 2명과 제자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복지부 고득영 의료자원과장은 “혐의가 확인되면 문제 정보를 받은 4명의 전문의 자격증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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