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m로 깊어진 북항 10만t 넘는 배 들어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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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노기태 부산항만공사 사장(왼쪽)이 20일 ‘음 사랄’호에 올라 이마드 후세인 선장에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21일 오전 3시 부산 북항 신선대 부두·중동 5개국 연합선사인 UASC(United Arab Shipping Company)사의 14만t급 ‘음 사랄’호가 컨테이너 8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의 선적과 하역을 마치고 떠났다. 10만t 이상 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부산 북항에 들어오기는 처음이다. 길이 351m, 폭 48.2m, 높이 22.9m 크기의 이 배는 축구장 3개를 합친 크기로 1만3500TEU급이다.

 이 배가 들어오자 노기태 부산항만공사(BPA) 사장은 직접 배에 올라 이마드 후세인 선장에게 환영하는 기념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부산북항이 되살아 나고 있다.

 부산신항이 2006년 개장한 뒤 부산 도심의 오래된 북항은 쇠퇴해갔다. 북항에 들어오던 컨테이너선들이 시설이 뛰어난 신항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말 15m이던 북항의 수심을 16m로 파는 준설공사가 끝난 데다 BPA가 북항의 장점을 홍보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10만t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배 밑 여유수심이 16m 이상은 되어야 한다. 또 다음달 12일에는 중국선사인 CSCL사의 1만4100TEU급 컨테이너선도 신선대부두에 들어올 예정이다.

 부산 북항의 경쟁력은 도선사(導船士·항구 내에서 배를 안전하게 인도하는 안내자)가 배에 올라 운항하는 거리가 짧은 점이다. 배가 항구에 들어오려면 그 항구의 사정을 잘 아는 도선사가 배에 올라 키를 잡는다. 북항의 경우 도선사가 배를 모는 거리가 3㎞로 30여분 밖에 되지 않지만 신항은 11㎞로 2시간쯤 걸린다. 북항의 경우 배를 부두에 댔다가 빼는 시간이 짧아 경제적인 것이다.

 BPA가 2010년부터 시행하는 10만t 초과분의 항비(선박 입출항료, 접안료, 정박료)를 면제해 주는 제도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유치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음 사랄호의 경우 접안료와 입출항료 등 230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다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에 걸리는 작업 시간도 시간당 35TEU로 부산신항과 같다.

 BPA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컨테이너 선이 주는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컨테이너 8000TEU를 작업한 음 사랄호는 하역비와 운송비 등 12억원 어치를 부산에 남겼다.

 세계 주요 항로를 오가는 컨테이너선은 8000~1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선박 대형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세계 주요항구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유치에 애쓰고 있다.

 박호철 BPA 마케팅팀장은 “대형 컨테이너선 1척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 작은 중소기업 연간 매출과 비슷할 정도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많이 올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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