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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1·2·3등 중 두 명 낸 대학, 교수가 문제 알려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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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1월 외과 전문의를 뽑는 자격시험에서 출제위원을 맡았던 대학교수가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출제를 책임진 대한외과학회(이사장 김종석)는 이를 알고도 주관기관인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에 보고하지 않은 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문제는 제54회 전문의자격시험 중 외과 분과다. 1차 필기시험에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부산 D대학의 A교수는 같은 대학 외과 레지던트 2명에게 시험 문제를 미리 알려줘 두 명은 최상위권으로 시험에 합격했다. 외과학회는 1, 2, 3 등 합격자 중 D대학 출신이 두 명이나 포함된 것을 수상하게 여겨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 유출을 확인했다. 하지만 학회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수가 스스로 교수직에서 물러나도록 했을 뿐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A교수는 의과대학 교수직만 내놓고 해당 대학병원에서 1년간 임상교수로 근무했다. 그러다 최근 특별 채용 전형으로 다시 복직을 신청했다.

 묻힐 뻔한 문제 유출 사건이 알려진 것은 최근 감사원에 A교수의 복직을 문제 삼은 투서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감사원 통보에 따라 최근 D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외과학회 이은숙(국립암센터 박사) 총무이사는 “당시 학회 윤리이사를 통해 해당 학교가 A교수를 징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현재 학회 내부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자세히 알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학회의 징계를 책임지는 윤리이사는 문제를 유출한 A교수와 같은 대학의 B교수가 맡고 있다.

전문의시험은 레지던트 수련을 마친 의사들이 각 분야의 전문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하지만 문제 출제는 각 학회에 위임한다. 학회에서 추천한 10명 안팎의 출제위원이 합숙하면서 문제를 낸다. 전문의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구술 시험으로 이뤄지며, 외과는 지난해 1차 시험에 202명이 응시해 189명이 합격했다. 2차 시험의 합격률은 100%였으므로 1차 시험 결과가 당락을 결정했다.

전문의시험에서 문제가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출제위원으로 참가한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합숙 과정에서 보안관리를 하지만 외부인과 식사하거나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사용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지방대학일수록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문제 유출의 유혹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의시험=의사고시 합격 후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마친 이들을 대상으로 전문의 자격을 주는 시험. 이 시험을 통과해야 전문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부산 D대학 출제위원 교수
작년 제자들에게 문제 흘려
전문의 시험 유출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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