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거의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겠다”고 말했다. 어제 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다. 부패와 비리, 수구(守舊)를 연상시켰던 한나라당이란 간판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쇄신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박 위원장이 이런 다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은 한나라당 시절의 모든 구태(舊態)와 부정적인 과거를 깔끔히 청산하길 바란다. 새 세상을 연다는 뜻을 내포한 새누리당이란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정치를 하는 걸 보고 싶을 것이다. 박 위원장도 그런 소망을 잘 알고 있기에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했다고 본다. 문제는 언행일치다.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고, 국민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새누리당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도덕적이고 깨끗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4·11 총선 공천 신청자들의 옥석(玉石)을 잘 가려야 한다. 설령 해당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경쟁력 있는 예비후보라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다면 의석을 잃어도 좋다는 각오로 단호하게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 쇄신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공천 뚜껑을 열었을 때 ‘과거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박 위원장은 식언(食言)한 셈이 되고, 국민은 가차없이 심판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서 “2005년 이사장직을 그만둔 뒤로 관련이 없다. 이에 대해 정수장학회에서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가 정수장학회를 떠난 이후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친분이 두터운 인사(최필립)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박 위원장 눈치를 보지 않겠느냐”라고 국민이 오해할 소지는 충분하다. 박 위원장이 공천과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했듯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 이사장과 이사들을 아주 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하는 게 옳다고 본다. 박 위원장은 ‘관여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고 항변할지 모르나 국민의 눈높이는 ‘어쨌든 바꾸는 게 맞다’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