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佛 리옹댄스비엔날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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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통틀어 유일한 무용전용관인 메종 드 라 당스를 가진 프랑스 리옹. 무용에서만큼은 유럽의 수도로 불리는 곳이다.

1년 내내 다양한 춤의 향연이 펼쳐지는 메종 드 라 당스 외에도 리옹 발레단이 상주하고 있는 리옹 오페라 극장 등에서 끊임없이 무용공연이 열린다.

이렇게 늘 춤이 함께하는 도시지만 특히 짝수해 가을이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무용가들 덕분에 '춤의 도시'라는 명성이 한층 더 빛난다.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무용축제로 꼽히는 리옹 댄스 비엔날레가 열려 도시의 모든 공연장이 일시적으로 춤전용관으로 바뀌고 거리 곳곳에서 흥미로운 야외공연이 열려 온 도시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메종 드 라 당스 예술감독인 기 다르메 주도로 1984년 시작한 리옹 댄스 비엔날레는 지중해·미국·아프리카 등 매번 특정 지역을 주요 테마로 삼아왔다.

17개 극장에서 23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9월 30일 막을 내린 제9회 리옹 댄스 비엔날레는 '실크로드'를 주제 삼아 아시아 지역 무용단들을 주로 초청했다.

거리공연과 무료공연을 제외한 28개 공식초청단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무용단은 일본 데시가와라 사부로 무용단과 대만 클라우드 게이트 댄스 시어터 등 이미 유럽에서 상당한 지명도를 지닌 단체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비엔날레의 막이 내린 지금 비엔날레 조직위가 자평하는 가장 성공적인 공연은 한국의 댄스 시어터 온(9월 8~12일)과 창무회(9월 27~29일)의 것이다.

특히 댄스 시어터 온(예술감독 홍승엽)은 당초 예정했던 3회 공연이 일찌감치 완전 매진돼 조직위가 2회 공연을 추가로 마련할 만큼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프랑스의 주요 일간지인 르 피가로도 '새로운 현대무용 스타일' '놀라운 장면'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청작 선정을 위해 지난해 말 한국에 들렀을 때 이미 홍승엽의 실력을 확인하고는 신작 〈데자 뷔〉의 제작비까지 지원할 정도로 댄스 시어터 온에 빠져 있는 기 다르메는 "홍승엽은 진짜 예술가"라며 "조만간 메종 드 라 당스의 정식 시즌공연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댄스 시어터 온이 완전히 현대적인 감각의 모던 댄스로 유럽의 관객과 평론가들을 사로잡았다면 창무회는 한국적인 춤으로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었다.

공연장이 도심에서 승용차로 30분쯤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관객확보 면에서 다소 불리한 여건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권이 거의 팔리는 좋은 성과를 올렸다.

〈춤, 그 신명〉과 〈하늘의 눈〉을 선보인 창무회는 완전한 한국 전통춤은 아니지만 이 동작을 차용한 안무로 현지 무용애호가들에게 전통에 바탕을 둔 한국 창작춤의 한 자락을 보여주었다.

기 다르메는 첫날 공연 후 열린 리셉션에서 직접 춤을 흉내내면서 "움직임이 매우 독특하다"며 "왜 한국무용 공연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창무회 역시 메종 드 라 당스에 조만간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완전매진(8만명)에 가까운 7만9천명(유료 7만2천명)의 관객이 든 이번 비엔날레 프로그램은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조직위는 무엇보다 한국의 새로운 안무가를 발굴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두었다.

리옹 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초청받은 두 한국단체가 모두 이같이 좋은 반응을 얻어 이들의 유럽진출은 물론 다른 한국무용단들에도 보다 폭넓은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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