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 프로야구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한화의 장종훈(32)은 '기록의 사나이'로 불린다.

특히 장종훈은 오랫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꾸준히 발휘해야만 세울 수 있는 개인통산기록에서 다른 선수들이 따라 오기 어려운 대기록을 여럿 세웠다.

6일 개인통산홈런 300개를 비롯해 장종훈이 타격 부문에서 갖고 있는 주요 통산기록은 모두 7개.

87년 데뷔 이후 한 때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로 각광받으며 수립한 홈런수 300개는 2위가 이미 은퇴한 이만수(당시 삼성)의 252개라는 점에서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장종훈이 14년간 때린 안타수 1천503개도 2위 자리는 은퇴한 김성한(당시 해태)몫이다.

장종훈 스스로 홈런 다음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기록이라고 밝힌 996타점도 이만수의 861타점을 훌쩍 뛰어 넘어 통산 1천타점을 눈앞에 뒀다.

홈런보다 못하지만 장타력을 가늠하는 2루타도 장종훈은 282개나 때려내 2위 김성한(247개)을 크게 앞질렀다.

통산 루타수 2천733루타 역시 김성한이 2천285루타를 넘어선 지 오래고 906득점도 은퇴한 이순철(당시 삼성)이 갖고 있는 768득점보다 까막득히 앞서 있다.

그는 또 통산 888개의 사사구로 이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2위 김기태(삼성)의 809개보다 '한 시즌' 가량 더 많다.

더구나 장종훈은 이런 기록을 끊임없이 늘려 가고 있어 현역 선수들로서는 웬만해서는 넘보기 어렵다.

장종훈은 현재 1천566경기에 출장, 은퇴한 김광림이 갖고 있는 최다출장기록(1천630경기)도 내년이면 넘어서 통산기록 보유수를 8개로 늘릴 참이다.

이런 장종훈이 연봉 300만원의 연습생 출신이라는 사실도 이미 널리 알려졌다.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대학이나 프로야구팀에서 아무도 받아주는 곳이 없자 연습생 테스트를 받고 한화에 입단했던 장종훈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성장을 계속해 홈런타자에 걸맞는 키와 덩치를 갖춘 드문 케이스.

87년 1군에 올라오자 8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기나긴 홈런 사냥을 시작한 장종훈은 이듬해 12개로 홈런수를 늘리더니 89년 18개에 이어 90년 28개를 쏘아 올려 홈런왕에 등극, 4년만에 정상급 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장종훈은 91년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시즌 홈런 30개의 벽을 돌파, 35개로 홈런왕 2연패를 달성하고 92년에는 '절대 불가능하다'던 40개를 넘어서 41개로 이만수와 함께 홈런왕 3연패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장종훈이 세운 시즌 홈런 41개는 98년 용병 우즈(두산)가 42개를 칠 때까지 국내 어떤 선수도 도전장을 내밀지 못한 '불가침'이었다.

전성기를 보낸 장종훈의 홈런포는 그래도 식지 않았다. 88년부터 올해까지 13시즌 동안 꼬박꼬박 두자릿수 홈런을 쳐온 장종훈은 그야말로 '영원한 4번타자'였다.

이제 이승엽(삼성), 박재홍(현대) 등 후배들에게 '한국 최고의 거포' 자리는 물려줬지만 장종훈은 '타고난 스타'인 그들과 달리 잡초같은 근성과 불굴의 의지로 이뤄낸 업적이라는 점에서 한국 야구의 보배임에 틀림없다.

특히 장종훈은 '그의 시대는 갔다'는 평가에도 올해 벌써 28개의 홈런을 날리며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프로야구 최초의 400홈런-2천안타의 위업 달성도 가능해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