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 장악 실패했나? 함께 울던 군인들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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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 부대를 방문해 군인들과 팔짱 끼고 끌어 안는 모습을 보였던 김정은. [사진=연합]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0회 생일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식량 배급을 넉넉히 준다고 했으나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 사이에선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아직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 군량미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식량 공급이 무산된 데 대해 간부와 주민들 사이에 온갖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김정일 생일 70돌을 앞두고 배급 식량을 실어 나르는 '만대'를 조직하라는 지시까지 내렸으나 갑자기 취소됐다"며 "이유도 없이 취소된 이유를 두고 지방 간부들 속에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만대는 긴급한 물자수송이나 인원수송을 위해 내각 산하 철도성에서 비정규적으로 조직하는 급행열차를 가리킨다.

북한 내각은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무조건 식량 배급을 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난 2월 초 농업성과 수매양정성, 국가계획위원회 회의를 조직했지만 여유 식량을 마련하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RFA 소식통에 따르면 식량 마련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은 김정은은 어떻게든 배급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인민무력부가 보유하고 있는 군량미 중 10만t을 주민 배급용으로 돌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최영림 총리는 2월 10일전으로 만대를 조직하라고 철도성에 지시했고, 이 소식이 간부들을 통해 주민에게 전해지면서 김정일 생일 배급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만대는 취소되고 소문만 무성했던 식량 배급이 결국 무산되면서 간부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까지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간부들 속에서 군량미 10만t을 내놓으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군부가 반발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김정은이 아직 군부를 장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최근 군인들과 팔짱을 끼고 눈물 흘리는 이들과 포옹하는 등 김정은 특유의 ‘스킨십 정치’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짐작도 나올 수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그런 소문이 크게 돌고 있기는 하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김정은의 지시는 곧 법인데 군부가 반대하고 나선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강도 소식통은 "한번 밀리면 끝까지 밀린다는 게 군 고위층들의 생각"이라며 "없던 관행을 허용하게 되면 앞으로도 그런 지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해, 김정은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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