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강동희 신기록 희생양은 두 형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강동희(46·사진) 동부 감독이 프로농구의 새 역사를 썼다. 그런데 운명이 참 얄궂다. 하필이면 ‘신기록 달성’의 상대가 그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남다른 인연의 주인공들이었다.

 동부는 18일 전주 원정경기에서 KCC를 86-71로 이기고 16연승을 이어갔다. 종전까지 프로농구 최다연승 기록이던 15연승(2004~2005시즌 SBS)을 넘어서는 신기록이다. 여기에 정규리그 42승(7패)째를 올리면서 역대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다승(종전 41승·2010~2011시즌 KT) 신기록도 썼다.

 강 감독은 동부 지휘봉을 잡은 지 세 시즌 만에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강 감독을 상대로 ‘기록의 희생양’이 된 사람은 선수 시절부터 강 감독과 단짝이던 허재(47) KCC 감독이었다. 강 감독은 18일 KCC를 꺾은 후 “누구보다도 허재 형에게 축하를 받고 싶다. 아마 진심으로 축하해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평소 성격처럼 ‘화통한’ 축하 인사를 했다. “우리 팀 이겨서 신기록 세워놓고 다음 경기에서 지면 동희를 패줄 거다”라는 인사였다.

 강 감독은 전창진(49) KT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정규리그 최다승(41승) 기록도 깼다. 지난 14일 동부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때의 상대 역시 전창진 KT 감독이었다. 전 감독과 강 감독은 2005~2006시즌부터 네 시즌 동안 동부에서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강 감독은 “하필이면 전 감독, 허 감독을 상대로 연이어 기록을 달성해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이 단 한 시즌 만에 깨져버렸지만 전 감독 역시 진심어린 축하인사를 했다. 전 감독은 “동부는 과거에 내가 지도했던 팀이지만 현재의 동부는 강동희 감독이 직접 만들어낸 팀”이라고 칭찬했다.

 강 감독은 16연승을 달성한 후 “무리하게 연승을 이어갈 생각은 없다. 주전들에게 휴식시간을 주며 플레이오프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동부는 남은 정규리그 다섯 경기에서 2승만 더 보태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8할 승률을 넘어서게 된다.

 한편 KGC는 19일 부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73-51로 승리하고 2위를 확정,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 전자랜드는 오리온스를 80-76으로, SK는 삼성을 91-87로 꺾었다.

이은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