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이봉주, 불운 딛고 재기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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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결코 좌절은 없습니다."

이봉주(30.삼성전자)가 다시 뛴다. 지난 1일 시드니올림픽 마라톤 레이스 도중 넘어져 25위에 그쳤던 이봉주는 시드니의 충격을 훌훌 털고 일어나 신발끈을 다시 졸라매기로 결심했다.

5일 심기일전을 위해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간 그는 부산 전국체전(10.12-18)이 끝나는 이달 중순 팀에 복귀해 훈련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가 중에는 부산에 내려가 올여름 전지훈련 파트너였던 손문규와 후배 오정희를 응원하며 각오를 다지기로 했다.

이봉주의 재기 무대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올 12월 후쿠오카마라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조시아 투과니(남아공)에 3초차로 뒤져 금메달을 놓쳤던 이봉주는 96년 12월 후쿠오카마라톤에서 투과니는 물론 알베르트 후스다도(스페인)를 막판 스퍼트 접전 끝에 꺾고 우승, 세계최고의 스타로 거듭났었다.

어이없는 불운에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날려보낸 이봉주의 목표는 내년 7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권은주와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하는 것.

세계선수권에 나가려면 대회에 앞서 두 차례 풀코스를 뛰어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봉주는 후쿠오카마라톤에 나선 뒤 내년 4월 런던, 로테르담,보스턴마라톤 중 한 대회를 선택해 출전할 전망이다.

이봉주는 "재기전은 후쿠오카가 가능성이 높지만 코치, 회사측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제기량을 펼치지 못한 만큼 세계선수권처럼 스타들이 대거 나서는 대회에서 진정한 실력을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이번 올림픽에서 스티브 모네게티(호주)처럼 나이 마흔이 넘도록 뛰는 선수가 많다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밝히고 "힘 닿는 데까지 뛰겠다는 마음 자세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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