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디비전 전망 (1) - 세인트루이스 vs 애틀란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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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에서 양팀이 맞붙었던 가장 최근의 일은 1996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이다. 당시 4차전까지 애틀란타에 3승 1패로 앞서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위해 1승만을 남겨놓고 있던 세인트루이스는 나머지 세경기를 모두 패하는 좌절을 겪었다.

애틀란타는 지난 10년동안 열렸던 9번의 포스트시즌을 단 한차례도 거르지 않은 팀. 특히 디비전 시리즈만큼은 15승 2패의 가공할만한 승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의 세인트루이스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세인트루이스는 1, 2, 5차전을 홈경기로 치루는 홈필드 어드밴테이지까지 얻었다.

1. 애틀란타의 장점

투수진은 애틀란타 최고의 무기. 비록 존 스몰츠가 이탈하기는 했지만,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이 건재한 선발진은 난공불락에 가깝다.

애틀란타의 바비 콕스 감독은 올시즌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케빈 밀우드를 제외하는 대신 매덕스 - 글래빈 - 앤디 애시비의 로테이션을 발표했다. 애틀란타는 애시비가 한 경기를 내주더라도 매덕스가 출장하는 4차전에 가서는 승부를 끝낼 수 있다는 심산.

애틀란타의 투수진이 더욱 위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최근 그들의 페이스다. 매덕스는 39.1이닝, 글래빈은 14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쾌조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심지어 한시즌 내내 우왕좌왕했던 마무리 존 로커까지 13.1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시즌을 끝낸 상태.

애틀란타의 또다른 장점은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에 일방적으로 당할 당시의 약점을 나름대로 극복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애틀란타는 정규 시즌뿐만 아니라 포스트 시즌에서도 1, 2번 타자의 부진이 최대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 애틀란타는 라파엘 퍼칼이라는 안정된 1번타자를 얻었다. 정규시즌에서 퍼칼은 1번타자로서 3할9푼이라는 놀라운 출루율을 보였다.

또하나의 문제점이었던 좌타자 부족 문제도 B.J. 서호프, 월리 조이너, 바비 보니아 등을 영입함으로써 어느정도는 해결이 된 상태다.

게다가 애틀란타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 치퍼 존스가 여전한데다가, '클러치 히터' 안드레스 갈라라가의 가세, 앤드류 존스의 급성장 등이 이뤄져 타선만큼은 지난해보다 월등해진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2. 애틀란타의 약점

애틀란타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좌익수. 부상으로 정상적인 출장이 불가능한 B.J. 서호프 대신 레지 샌더스를 내보낼 계획이지만 샌더스는 시즌 내내 2할을 간신히 넘기는 빈공을 보였다.

포수 에디 페레즈의 부상도 아쉽다. 매덕스의 백업포수로 유명한 페레즈는 지난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MVP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경기에 강했지만, 올시즌 그는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다.

문제는 매덕스의 새로운 짝꿍으로 등장한 폴 바코. 디비전 시리즈에서 바코가 매덕스의 공을 받게 된다면 애틀란타는 하비 로페즈가 갖고 있는 파워를 썩혀두고 있는 꼴이 된다.

또하나의 고민은 대타 요원이다. 디비전 시리즈를 대타로 출장하게될 서호프는 올시즌 대타로 9타수 무안타의 빈공을 보이고 있고 월리 조이너, 바비 보니아, 키스 록하트 모두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대타감은 되지 못한다.

3. 세인트루이스의 장점

짐 에드먼즈, 페르난도 타티스 등이 주축을 이루는 타선은 쉬어갈 곳이 한군데도 없다. 특히 마크 맥과이어의 빈자리를 맡게 된 윌 클락은 세인트루이스의 유니폼을 입은 후 3할4푼5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애틀란타가 정예부대를 내세운다면 세인트루이스의 투수기용은 물량작전.

릭 엔킬을 제1선발로 대럴 카일, 가렛 스테판슨을 선발예고한 세인트루이스는 매트 모리스, 앤디 베네스, 팻 헨트겐, 앨런 베네스의 수준급 선발투수들을 불펜에 대기해 놓고 있어 언제든지 계투작전이 가능하다.

마크 맥과이어의 대타 출장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맥과이어가 버티고 있는 벤치는 상대투수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세인트루이스는 맥과이어 이외에도 크렉 파켓, 션 던스턴, 에릭 데이비스라는 좋은 대타요원들을 확보해 놓고 있다.

4. 세인트루이스의 단점

릭 엔킬과 가렛 스테판슨이 걸린다. 이들은 정상급 투수들임에는 분명하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 서본 경험이 전무하다. 그나마 에이스 대럴 카일마저도 휴스턴 시절이던 97년 이후로는 포스트시즌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1차전에서 매덕스와 맞붙게될 엔킬이 어느정도를 던져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

또한가지 심각한 문제는 팀의 주포들이 애틀란타 투수들에게 상당히 약하다는 점이다. 타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짐 에드먼즈의 대 애틀란타전 타율은 1할7푼8리에 불과하며 페르난도 타티스는 17타석에서 고작 1안타를 기록했을 뿐이다.

마이크 매서니가 빠져나간 포수 자리도 구멍. 라루사 감독은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매서니 대신 샌디에이고에서 데려온 카를로스 에르난데스와 엘리 마레로를 기용할 방침이지만, 에르난데스는 허리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며 마레로는 경험이 미천하다.

5. 총평

세인트루이스는 애틀란타에서 그렉 매덕스와 톰 글래빈이 등판할 1, 2차전 홈경기에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두경기 중 하나만 잡게 되더라도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나가면 세인트루이스는 다시 홈경기의 이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애틀란타가 초반 두경기를 모두 잡는다면 시리즈는 의외로 4차전 이내의 단기전이 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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