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법 스포츠 도박과의 전쟁 선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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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조작 파문이 프로배구에 이어 국민스포츠인 프로야구까지 번졌다. 검찰이 이미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는 보도에 이어 선수 10여 명이 연루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자칫 한국 프로스포츠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기다. 대만에선 2009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구단이 6개에서 4개로 축소됐다. 이처럼 한국 프로스포츠도 실망한 팬들의 외면 속에 위축될까 우려된다. 사건이 여기까지 왔으면 조작에 관련된 선수들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신속히 팬들 앞에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그게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프로스포츠인의 도리다. 관련 협회는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프로스포츠가 살 수 있다. 수사당국은 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물론 경기조작을 조장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까지 철저히 수사해 관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은 연간 거래 규모가 3조4000억∼3조7000억원(2010년 추정)이나 될 정도로 지하에서 번창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불법 사이트가 1000개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다. 이제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서 의지를 보였다. 승부조작에 가담하거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자에게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게 한 것은 물론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베팅만 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다스릴 수 있게 했다. 단속의 법률적 근거를 준비했으니 이제 수사당국은 물론 관련 부처 전체를 동원해 ‘불법 스포츠 도박과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불법 도박단들이 갈수록 국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서울서부지검에 적발된 매출액 360억원 규모의 사설 도박 사이트는 서버를 중국에 두고 있었다. 중국·대만의 폭력조직이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뻗쳐 자금과 노하우를 제공하며 경기조작에 관여한다는 소문도 있다. 수사당국은 신속히 관련 국가의 협조를 얻어 국제 공조 수사에 나서야 한다. 한국인들이 중국·대만계 불법 스포츠 도박 조직의 봉 노릇을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