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 긴급진단] ①매너를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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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새천년 첫 세계스포츠제전인 시드니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5회 연속 올림픽 `톱 10' 진입에 실패했지만 13위에 올라 여전히 스포츠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였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 적잖은 문제를 노출하기도 했다. 21세기 한국 스포츠가 풀어야 할 과제를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메달도 좋지만 먼저 매너를 배워라"

올림픽을 위해 시드니에 몰려든 한국 올림픽패밀리들의 매너는 새천년이 되어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뒤 기자회견에서 성의없는 답변으로 외국 기자들을 당황시켰고 스포츠외교는 언감생심인 임원들은 경기장을 순회하는 응원단으로 전락했으며 보도진은 과열 취재경쟁으로 대회조직위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기까지 했다.

이 가운데 한국 선수단을 가장 낯부끄럽게 만든 것은 선수들의 무례한 언행.

금메달 지상주의에 빠진 한 유도선수는 경기에서 패한뒤 시상식에서 기뻐하기는 커녕 화가 난 표정으로 목에 걸린 메달을 외면, 시상자를 당혹케 했다.

19일 양궁 여자개인전이 끝난뒤 메달리스트들은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해 한 외신기자가 화를 내며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야구선수단은 대회초반 시내 카지노에서 밤을 새우다 언론에 노출돼 곤욕을 치렀고 일부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뒤 술에 만취한채 길을 배회, 교포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대회개막전 선수들에게 매너 교육을 강조했다던 선수단 임원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질낮은 선수단 임원들의 자세도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44명의 본부임원중 실무를 담당하는 절반을 제외한 나머지가 시드니올림픽에서 보여준 모습이라고는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목쉬어라 응원한게 고작이다.

언어소통조차 제대로 안돼 외국 임원의 질문에 쩔쩔매는 일부 한심한 이들 임원 중 과연 누가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위해 고민을 하고 스포츠 외교에 한몫을 했는지 묻고 싶다.

국내 언론의 과당 취재경쟁과 응원단의 짜증나는 모습도 지적받을 일이다.

일부 방송사 등 국내 언론은 선수와 보도진이 만날 수 있는 일정지역(Mixed Zone)을 무시하고 인터뷰 경쟁을 벌인 결과 20일 양궁장에서는 한국어 안내방송으로 "규정지역외에서 취재를 하면 프레스카드를 박탈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실내체육관에서는 일부 기업이 동원한 치어리더들이 핫팬츠 차림의 복장으로 낯뜨거운 응원전을 펼치거나 꽹과리와 북 등으로 소란을 떨어 주위의 눈쌀을 찌푸리게하기도 했다.

금메달도 좋지만 올림픽의 이상과 뜻을 기리는 매너있는 자세가 아쉽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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