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판정불복, 난투극... 한국축구의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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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판정에 대한 불복, 경기중단, 보복성 반칙,관중난동...

한국축구의 답답한 현실은 잔칫날에도 계속됐다.

안양 LG가 2000년 프로축구 삼성디지털 K-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은 3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수원 삼성의 김호감독이 심판의 퇴장판정에 불복, 선수들을 불러들이는 바람에 경기가 약 19분간 중단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후반 종료 약 3분여를 남기고 미드필드에서의 볼다툼 중 권종철 주심이 수원 산드로의 반칙을 선언하면서 불상사가 벌어지기 시작됐다.

전반 30분 최용수의 동점골에 오프사이드를 불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시했던 김호감독은 후반 35분께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날린 고종수의 프리킥골상황에서 주심이 류웅렬의 핸드링반칙을 지적하며 득점무효를 선언하자 선수들을 불러들여 일찌감치 심상찮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골포스트를 맞은 수원 박건하의 헤딩슛이 골라인 부근에 떨어진 상황에서도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아 불만이 극에 달한 김감독은 42분 기어이 폭발했고 물병을 경기장안으로 차넣는 추태로 퇴장명령을 받았다.

심판의 퇴장선언에 불응하고 선수들을 불러모은 김감독이 20분가까이 '시위'를 벌이고서야 경기는 속개됐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가 속개되자 마자 상대진영에서 헤딩을 하기 위해 점프를 하던 최용수의 등을 유웅렬이 뛰어들며 무릎으로 강하게 걷어차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상황은 2막으로 접어들었다.

양팀선수들은 패싸움 일보직전의 험악한 분위기까지 갔고 격분한 관중과 수원선수들간에도 몸싸움이 발생한 것.

결국 경기는 안양의 3-2 승리로 끝났고 그라운드에서 안양선수들은 축포를 터뜨리는 동안 경기장 모서리에서는 수원선수들과 관중들간의 욕설이 오가고 관중석에서는 패싸움이 벌어지는 기가막힌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경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개최해야하는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안양=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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