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핸드폰팔이 중 벤츠 모는 사람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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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할부원금만 정확히 비교하면 바가지 쓸 일 없다.”

 2년간 대구에서 휴대전화 판매를 했던 한 전직 ‘폰팔이(휴대전화 판매업자)’는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도 ‘공짜폰’이라는 ‘이름’에 현혹돼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할인금액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며 “이 돈은 판매업자의 이익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판매점마다 할부원금 차이가 너무 심하다.

 “어느 통신사든 마찬가지다. 대리점보다는 판매점에서 문제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할부원금 같은 것을 제대로 알고 오는 손님은 드물다. 단말기 할인이나 통신사에 내는 요금은 일정하니까 결국 할부원금에 따라 추가 요금이 정해진다. 할부원금을 높이 정해서 소비자가 돈 많이 내면 그 차액은 판매점에서 먹는다. 대구에 통신골목이라고 있다. 거기 벤츠 타는 사람이 많다. 바가지 씌워서 돈 많이 번 것이다. 서울 용산이나 신촌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잘 아는 손님이 오면 ‘에이 재수 없네. 한 2만원 남겠다’ 하며 팔지만 잘 모르는 아저씨나 아가씨가 오면 수십만원 남겨 먹는 경우도 있다. 그럼 셔터 내리고 그날 장사 접는 거다. 술 마시러 간다. 오늘 팔 거 다 남겨먹었으니까.”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싼데.

 “온라인은 대당 얼마 안 남겨도 수백, 수십 대씩 대량으로 팔아 수수료만으로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은 점포 임대료, 판매원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오프라인보다 더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사려면 택배로 단말기를 받는데 하루 이틀 걸리고, 사기 당할 위험도 없지 않다. 서비스 등을 감안하면 대당 20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정상적이다.”

 -고가 단말기일수록 많이 남기나.

 “오히려 반대다. 갤럭시 노트나 아이폰4s 같은 고가 단말기는 통신사에서 책정한 할부원금 자체가 높다. 거기서 차이가 나 봐야 10만원 안팎으로 월 몇 천원 정도 차이다. 하지만 나온 지 좀 돼서 할인이 많이 되는 단말기는 다르다. 할부원금이 10만원 안팎까지 떨어진 구형 단말기에 할부원금을 50만원, 60만원으로 책정하면 그만큼 차액을 남길 수 있다. 위약금을 대납해 주는 경우도 있다. 그래 봐야 10만~20만원 내주는 거니까 많이 남겼다고 회식하기는 마찬가지다.”

 -판매 방식을 바꿔야 하지 않나.

 “정확히 요금 정보를 알려고 하는 고객이 드문 것이 문제다. 솔직히 고객들도 ‘4만4000원 요금제로 2년 약정하면 얼마’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할부원금이 얼마고, 어떻게 할인이 되고 그런 데는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제대로 설명하면 복잡하니까 무슨 사기를 치려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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