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방개혁 무산 납득할 국민 있겠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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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각군 참모총장을 군 작전지휘 라인에 포함시키기 위한 국방개혁법안이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동성 의원과 김옥이 의원은 국방개혁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위한 협조를 호소했으나 거부됐다. 이로써 오는 16일 본회의 일정을 끝으로 사실상 모든 활동을 끝내는 현 18대 국회에서 국방개혁법안이 다시 논의될 기회가 영영 사라졌다. 정치권 전체가 총선체제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국방 문제를 다루는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조차 안보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급한 개혁을 외면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우리 군의 지휘체계는 둘로 나눠져 있다. 인사권과 군수지원, 양병(養兵) 등 행정 문제를 책임지는 군정권(軍政權)은 각군 참모총장들이 행사하고 군사작전과 관련된 군령권(軍令權)은 합동참모의장이 행사하고 있다. 1991년에 정해진 방식이다. 그런데 합참의장의 군령권은 참모총장들에 의해 끊임없이 침해되어왔다. 합참에 근무하는 각군의 장교들이 자신의 인사권을 전적으로 장악한 소속 군 참모총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도발할 때 합참의장이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지장을 받을 위험성이 커져 왔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 작전사령부가 사건 발생 보고를 합참의장보다 해군 참모총장에게 먼저 했다는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국방개혁법안이 무산된 탓에 앞으로도 천안함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질 때 2010년과 같은 처참한 혼란이 되풀이될 위험성도 여전히 남게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전체의 70% 이상이 국방개혁에 찬성하고 있다. 또 한 일간지 조사에 따르면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16명 가운데 국방개혁법에 반대하는 의원은 단지 3명뿐이다.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의원 2명을 빼더라도 11명이라는 절대 다수가 찬성 입장인 것이다. 그런데도 법안은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는 고사하고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해 폐기될 위험에 처했다. 이런 상황을 납득할 국민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