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나쁜데도 8월 경기지표는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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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는 별로 좋지 않은 데도 지표상의 실물경기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8월 중 산업활동 동향' 에 따르면 생산.설비투자 등의 실물경제지표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경기수준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1로 3개월째 상승했으며, 1997년 12월(100.8)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돌파했다.

통계청은 이를 근거로 아직도 경기가 조정을 받으면서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인성(黃仁星)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체감경기와 실물지표의 괴리는 수출이 실물경기를 이끌고 있기 때문" 이라며 "내수부문 특히 소비가 둔화되고 있고, 반도체 등 일부 업종 위주의 산업별 양극화가 심해 경기 호황을 피부로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공장 정말 잘 도나

8월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2.1%로 96년 5월(83.4%) 이후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경기 정점(頂點)의 가동률이 82~84%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과열기미가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통계청은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가동률이 79.4%에 머물기 때문에 아직은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생산을 더 늘릴 수 있는 공급여력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 늘었다지만

생산은 반도체.사무회계용 기계의 내수와 수출이 늘어나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1%가 증가했다.

박화수(朴華洙)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8월이 지난달보다 조업가능일수가 하루 많고, 9월 추석에 대비해 음식료품과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생산을 늘렸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뺀 생산증가율은 12.1%로 집계돼 생산증가율의 절반 정도는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착시(錯視)효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도 늘었는데

정보통신 부문의 투자 지속과 산업용 기계 등의 투자확대로 34.8%가 늘어났으며, 기계류 수입액도 71.2%가 증가했다.

그러나 고유가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시작하면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준일(金俊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쪽이 경기 움직임을 결정할 것" 이라며 "설비투자의 경우 금융불안 등 국내변수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가 관건" 이라고 전망했다.

소비 증가세 주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도.소매판매는 8.1% 증가해 7월(8.3%)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 중 도매업은 음식료품.사무회계용 기계.의약품 등의 매출이 늘어나 7.3% 늘었고, 소매업은 백화점.대형할인점 등의 판매가 늘어나 10.2% 증가했다.

소비지표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소폭이나마 늘어나긴 했지만 증가 추세는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국제수지 호전된 것은

8월 경상수지는 9억9천만달러 흑자로 넉달째 흑자행진을 계속했다.

유가가 올랐지만 반도체 등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해외여행객 급증으로 여행수지 적자가 이어졌지만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가 전달에 비해 6억1천만달러 늘어난 18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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