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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렙법 제정 … 광고시장 변화는 이제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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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과

광고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이 9일 국회를 통과했다. 미디어렙은 방송사의 광고 시간대를 위탁받아 기업에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대행사다. 지상파방송 광고는 유일한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통해서만 판매토록 해왔다. 1980년 제정된 언론기본법에 따른 이 제도는 방송사의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을 분리하고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 독점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미디어렙법은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채택, KBC·EBS·MBC는 공영방송 광고판매 체제로 하고 민영방송과 종편은 각사가 독자 미디어렙을 설치토록 했다. 종편은 3년간 이를 유예해 그동안 직접 영업을 하게 했다.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이 미디어렙 설립으로 광고 매출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신설될 미디어렙이 이들 방송사의 광고를 연계 판매토록 했다.

 미디어렙 법안은 지난 32년간 독점체제였던 광고판매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고 다매체시대의 매체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광고는 단순한 방송 재원이 아니라 미디어·정보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게 하는 동맥이다. 이제 이용자들은 미디어·정보를 무료로 이용하고, 미디어사의 재원은 광고를 통해 얻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무료 이용하는 구글이나 네이버, 스마트폰 앱 등은 새로운 기법으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이 미디어·정보의 비즈니스 모델로 제안한 프리미엄(Freemium·무료와 프리미엄의 결합)은 이미 오래전부터 실현되고 있다.

 구글 검색 광고나 스마트 모바일 시대의 퍼스널 광고 등을 보면 창의적 내용이 넘친다. 따라서 광고시장을 보다 자유화해 창의적 광고 환경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광고 파이를 키우고 미디어·정보 산업이 창조 산업으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미디어 간 융합인 크로스 미디어 광고를 통해 다양한 기법을 개발·활용해 미디어·정보 산업 성장의 기초를 튼튼하게 할 필요도 있다. 물론 이용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공정 경쟁을 해칠 경우 사후 규제와 벌칙으로 차단해 이용자 및 공익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 지역방송·종교방송은 앞으로 광고판매 제도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보호·지원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미디어렙법 제정으로 광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첫걸음을 디딘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정보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광고 시장과 정책의 방향에 대해 계속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