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모델출신 그리고리예바 몸값 '높이뛰기'

중앙일보

입력

1m78㎝.65㎏의 늘씬한 체격, 길고 쭉 뻗은 다리, 눈부신 금발, 차가운 듯하면서도 강렬한 푸른 눈, 그리고 오른쪽 엉덩이에 문신한 붉은 장미는 그의 등록상표이자 아름다움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장식이다.

여기에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의 명성이 더해졌다. 호주의 여자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타탸나 그리고리예바(25).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그가 1996년 호주로 이주했을 때는 전셋집 보증금조차 구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백만장자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호주 언론들은 한창 나이에 독특한 매력과 카리스마로 온갖 잡지.모델 에이전시.사진 작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그의 잠재 가치가 당장 1백만 호주달러(약 6억5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그에게 스폰서 계약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올림픽의 감동을 좀더 즐긴 뒤 돈벌이는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그의 관심 분야는 화장품 모델이다. 스포츠를 통해 여성이 더 아름다워지고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는 99년 랠프지 모델로 멋진 자태를 뽐냈고 올해 올림픽 기념 간행물인 '블랙 앤드 화이트' 에 누드를 선보인 바 있다.

그의 인기와 카리스마는 지난 25일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확인됐다.

박수를 치며 환호하던 11만여명의 호주 관중들은 그가 정신 집중을 위해 '조용히 해달라' 며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자 일순간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가 가슴이 스칠 듯 아슬아슬하게 바를 넘었을 때 관중석에서 터져나온 함성은 4백m 우승자 캐시 프리먼이 결승선을 향해 달릴 때보다 더 강력했다.

호주 사람들은 "그리고리예바에게는 호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어떤 힘이 있다" 고 말한다.

그리고리예바의 꿈은 소박하다. 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집을 짓고 호주 이민 4개월 만에 결혼한 러시아 장대높이뛰기 선수 출신의 빅토르 키스치아코프와 행복하게 사는 것 뿐이다.

남편은 4백m 허들 선수였던 그리고리예바를 3년 전 봉고도 선수로 다시 태어나게 한 사람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