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남자 -58Kg급 미리보기

중앙일보

입력

스피드와 기술에서 앞선 동양세냐 아니면 파워와 체력에서 앞선 서양세냐.

올림픽태권도 남자 58Kg이하급은 이 두 가지 장점 중 스피드와 기술이 뛰어난 동양 선수들과 파워와 체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서양 선수들의 대결로 압축된다.

대만 올림픽대표팀의 희망 황치시옹, 일본이 자랑하는 남자 경량급의 떠오르는 스타 쿄테루 히구치, 핀급 세계랭킹 3위인 필리핀의 로베르토 크루즈가 스피드와 기술을 자랑하는 동양선수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기 나라에서 금메달을 안겨줄 기대주들이다.

특히 대만의 황치시옹은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다는 절호의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대만 태권도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고 실제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다.

대만이 전통적으로 그러하듯이 황치시옹은 한국 선수들과 유사하다. 다양한 기술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지만 파워와 체력에서는 유럽이나 미국 선수들에게 밀린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도 결승에서 스페인의 가브리엘 페레즈를 누르고 1위로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했었다. 그의 약점이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핀급 세계랭킹 3위인 필리핀의 로베르토 크루즈도 눈여겨봐야 할 선수다. 핀급 세계랭킹 1위와 2위인 스페인의 라모스와 한국의 민병석이 이번 올림픽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체력관리만 잘해준다면 핀급 선수로 금메달 가능성이 아주 높은 선수라는 것이 필리핀측의 기대다. 그는 현재 필리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일본의 쿄테루 히구치도 1999 크로아티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3위를 차지했던 전력에서 알 수 있듯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복병이다.

스피드와 기술을 강력한 파워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압도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서양 선수들은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의 가브리엘 페레즈, 올림픽에 세 번째 출전하는 '돌아온 아이' 미국의 후안 모레노다. 여기에 파워와 체력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아프리카권의 탈라스트 아바다(이집트), 요네스 세캇(모로코)도 포함된다.

스페인의 가브리엘 페레즈는 대만의 황치시옹에 이어 크로아티아에서 2위를 차지했었지만 본무대인 이번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자세로 훈련해왔다. 지난 7월에는 한국에서 강도높은 전지훈련을 하기도 했다.

스페인팀에서는 황치시옹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하루에 모든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올림픽 룰을 봤을 때 체력에서 앞선 가브리엘 페레즈가 유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돌아온 아이' 후안 모레노는 이미 올림픽에 두 번이나 출전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했다가 선수생활을 그만뒀다가 이번 올림픽에 대비해 다시 돌아왔다. 두 번 다 시범종목이었기 때문에 정식종목에 채택된 후 다시 금메달의 꿈을 키운 것이다.

후안 모레노는 인터뷰를 통해 "황치시옹이 제일 부담스럽지만 파워에서 내가 앞서기 때문에 내가 그 점을 잘 활용하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탈라스트 아바다와 모로코의 요네스 세캇은 세계 남자 경량급 무대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탈라스트는 지난 4월 프랑스 월드컵에서 플라이급 2위를 차지했고, 요네스는 1999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플라이급 3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이밖에도 각종 대회에서 플라이급 2위와 3위에 단골로 입상하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대만의 황치시옹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체급이라는 점에서 큰 부담을 덜은 이 체급의 유망주들은 누구든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 체급은 여자 49Kg이하급과 함께 태권도경기 첫날인 27일 메달 색깔을 가리게 된다. 27일 밤 10시경 가려지게 될 이 체급의 금메달 수상자는 태권도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스피드와 기술의 동양세냐 파워와 체력의 서양세냐. 27일 이 점을 유의하면서 경기를 지켜보면 경기를 보는 재미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리고 4일 동안 이어지는 다른 체급 경기를 전망해볼 수 있는 잣대도 될 것이다.

자 생각해보자 누가 이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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