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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바라기 증시’… 그리스 낙관론에 2000 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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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식시장이 2000선을 탈환했다. 지난해 8월 4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코스피지수는 8일 전날보다 22.14포인트(1.12%) 오른 2003.73에 거래를 마쳤다. 간밤 그리스 정치권의 추가 긴축 협의가 지연되고 있지만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낙관론이 퍼졌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추가 부양책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코카콜라·월트디즈니 등 미국 기업 실적도 기대를 웃돌았다. 7일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26% 상승 마감했다. 긍정적 해외 변수 덕분에 8일 국내 증시는 개장 초부터 상승 흐름을 탔다.

 상승폭을 늘리며 2000선 돌파를 이끌어낸 주역은 ‘돈의 힘’이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다. 이날도 외국인은 4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달 들어 3일 하루를 빼고 매일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순매수 금액이 8조원을 웃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만 사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최근 5주 동안 한국을 비롯한 신흥 주식 펀드로 들어온 돈은 113억 달러(약 12조6000억원)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 투자전략팀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뚜렷하다”며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 중 특히 한국 시장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것을 전문가들은 ‘환율 효과’로 보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평균 1100~1300원일 때 주식을 샀고, 1300원 이상이거나 1100원 미만에서는 주식을 팔았다”며 “원화 강세를 예측하는 외국인이 주식가치도 싸고 원화도 저평가된 한국 주식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외국인이 3조~4조원가량을 추가 매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펀드 환매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 160억원이 들어왔다. 앞서 지난 3일까지는 11거래일 연속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서만 3조원이 펀드에서 이탈했다. 이날 기관은 11거래일 연속 ‘팔자’를 마감하고 소폭(153억원) ‘사자’로 돌아섰다.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중 2100선까지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새로운 호재가 없는 이상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며 “주변에서 새로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면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머징 마켓 (emerging market)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에서 새롭게 급부상하는 시장을 말한다. 보통 개발도상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고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국가의 시장을 말한다. 기존의 선진국 시장과 달리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국가의 시장을 총체적으로 이른다. 세계 양대 지수 산출 기관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는 2009년 한국을 이머징 마켓에서 선진 시장으로 바꿔 분류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을 여전히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하고 있다. 오는 6월 MSCI는 한국의 선진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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